"엔저 후퇴-주가 급락 '악순환' 해결 실마리…참의원 선거 관건"

엔화 환율이 다시 달러당 100엔을 상향 돌파하고 수차례 급락 사태를 겪은 일본 증시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아베노믹스' 경제 정책이 다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달러·엔 환율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100엔을 돌파했으며 3일 오전 9시46분 현재 100.72엔에 거래되고 있다.

엔화의 100엔대 재진입은 지난달 5일 이후 약 한 달 만으로, 달러 강세와 닛케이 평균주가의 14,000선 회복에 힘입은 것이다.

이날 미국의 6월 제조업 지표가 호조를 보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더 커지면서 달러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닛케이 평균주가가 전날 1.78% 급등해 한 달여 만에 14,000대를 회복한 것도 안전 통화로 꼽히는 엔화에 대한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엔저의 후퇴와 주가 급락이 서로 맞물려 일어나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겼던 만큼, 이런 '악순환'의 해결 실마리가 보이면서 일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니컬러스 스미스 크레디리요네(CLSA) 일본 전략가는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에서 일본 증시가 "상승 궤도로 복귀했다"며 "5년 반 만의 최고점이 다시 가시권에 들어왔으며 앞으로 20∼30%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한껏 고무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일본 증시의 폭락 사태에 대해서도 "일본 시장은 과대평가된 게 아니라 과열됐던 것"이라며 "시장은 철수나 청산의 계기를 찾고 있었으며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소동'이 발단이 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실물경제도 차츰 나아지고 있다.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준치인 50을 웃도는 52.3으로,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일본 대기업 제조업의 2분기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短觀) 업황판단지수(DI)도 2011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를 나타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오는 10∼11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일본 경제 평가에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회복'이라는 단어를 넣는 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그러나 엔저의 재개나 주가 반등에도 일본 시장의 변동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실패 가능성의 신호탄이 됐던 10년물 일본 국채 수익률은 5월 29일 0.94%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6월 내내 0.8%대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0.88∼0.90%로 다시 불안해진 상태다.

특히 아베노믹스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으려면 이달 21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라는 관문을 지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마카림 살만 제프리스 일본 주식전략가는 CNBC에 "닛케이가 대체로 상승 궤도에 올랐다고 보지만, 엔화와 정치 환경이 추가 상승 속도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온라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지난달 말 수정한 중반 전망 보고서에서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전망하면서 "아베 정부가 세 번째 화살을 첫 번째·두 번째 화살과 함께 그럭저럭 꾸려나간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붙였다.

아베 정부는 금융완화, 재정동원, 성장전략 등 '3개의 화살'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다가오는 참의원 선거는 지난해 12월 아베 내각이 출범한 이후 처음 치르는 전국 선거인데다 아베노믹스가 개헌, 원전 재가동 등과 함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만큼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평가의 장이 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수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내각과 자민당이 크게 승리하면 최근 혼조세를 보이는 환율, 주가, 금리 등 금융지표가 일본 입장에서 개선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며 "엔화 약세 재개와 원전 재가동으로 인한 전력난 해소, 감세 등은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