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피니언, 초고속 성장 비결은
초음파진단기 제조기업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이하 알피니언)이 중견그룹과 벤처기업 간 상생을 통한 초고속 성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중견그룹 일진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 회사는 첫 제품을 내놓은 2011년 101억원, 지난해엔 그 두 배가 넘는 2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고석빈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 사장(사진)은 초창기 의료기기 벤처기업으로 유명했던 메디슨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가 회사를 차린 것은 2007년 5월. 그는 이듬해 4월 회사 지분 97%를 일진그룹에 넘겼다. 일진그룹은 27개 계열사에서 2조5000억원(지난해 기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중견그룹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의료기기산업을 그룹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판단하고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고 사장은 “의료기기는 안정적으로 돈과 전문인력이 필요한 분야기 때문에 엔젤투자나 벤처캐피털을 통한 통상적인 자금조달보다는 장기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모 기업을 찾는 게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일진그룹은 이후 약 600억원을 알피니언의 기술력 확보와 개발, 생산라인 구축에 쏟아부었다. 2011년까지 4년 동안 회사 매출은 없었다. 그는 “당장 수익이 없었음에도 일진그룹이 성장 가능성과 미래를 보고 아낌없이 지원해 준 덕분에 고민 없이 제품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1년 3월 고 사장은 창업 후 첫 제품인 초음파진단기 ‘이큐브9’을 시장에 선보였다. 사람 몸을 초음파로 측정하는 핵심 센서로 자체 개발이 어렵다는 ‘트랜스듀서(탐촉자)’도 2007년부터 개발해 직접 완성했다. 트랜스듀서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 상황에서 업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는 자체 초음파기기 시스템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고 사장의 국내외 영업전략도 독특했다. 이미 초음파기기가 많이 보급된 내과, 산부인과가 아닌 정형외과를 집중 공략했다. 해외 역시 진출과 인허가가 까다로운 미국 일본 유럽 브라질을 제쳐두고 독일 중동 동남아에 먼저 진출했다. 그 결과 지난해엔 이큐브 시리즈 3종을 추가로 내놓으며 161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수출액도 전년보다 두 배가 늘었다.

그가 6조원 규모의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차세대 동력으로 준비 중인 것은 초음파치료기. 초음파치료기는 초음파를 모아 열을 내 인체 원하는 부위 온도를 높여 특정 조직을 죽이거나 태우는 장비다. 현재 동물임상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환자 임상시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고 사장은 “올해까지는 이큐브 시리즈로 지난해 매출의 두 배 이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초음파 진단기 라인업 강화, 신사업 및 영업망 확대 등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