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앤토이가 레고로 재현한 송도국제도시. 동북아트레이드타워, 송도 컨벤시아 등을 레고 모형으로 제작했다.  /하비앤토이 제공
하비앤토이가 레고로 재현한 송도국제도시. 동북아트레이드타워, 송도 컨벤시아 등을 레고 모형으로 제작했다. /하비앤토이 제공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이 지난 7일 세계 최대 개인 간 레고 거래 사이트인 ‘브릭링크’를 인수하면서 성인 레고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브릭(레고 블록)을 구입, 직접 창작 활동을 하는 레고 마니아다. 브릭링크 홈페이지에도 “40년간 레고 팬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아동용 완구 수요에 김 회장과 같은 성인 레고 마니아들이 가세하면서 레고 판매는 급증하고 있다.

○레고에 빠진 사람들

지난 4월19일 레고 동호인 사이트인 ‘브릭인사이드(www.brickinside.com)’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 2’에 나오는 ‘헬름협곡의 전투’를 재현한 레고 작품이 소개됐다. ‘Jedi Knight’라는 필명의 재미동포는 15만개의 브릭을 사용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아이디어 구상에서 설계, 브릭 조달, 조립에 이르기까지 1년 동안 2000만원의 비용을 들였다.

레고 마니아들은 브릭인사이드와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제작 방법과 브릭 조달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품을 만든다. 국내 최대 레고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인 네이버 ‘브릭나라(cafe.naver.com/bricknara)’에는 8만여명이 가입했고 브릭인사이드에는 2만8000여명, 브릭스월드(cafe.daum.net/legomarket)에는 2만1000여명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이들 사이트 운영자는 단순 조립을 넘어 창작 활동을 하는 레고 마니아층이 4만~6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레고 창작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있다. 브릭인사이드 운영자 김성완 씨는 2009년 레고 동호인 3명과 함께 레고 디오라마(축소 모형) 제작 전문 업체인 ‘하비앤토이’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송도국제도시 등 도시 풍경과 황룡사 9층 목탑 등 문화재를 레고로 재현해 각종 전시회에 선보이고 대형마트 완구 매장에 전시용으로 납품한다. 김씨는 “레고 구입에 월 1000만원 이상 쓰는 사람도 있다”며 “레고 본사가 개인 창작을 위한 브릭을 따로 생산하지는 않아 필요한 브릭을 구하는 데만 몇 달씩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30대 ‘프렌디’, 레고 구매 급증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성인 레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레고 판매는 매년 급증세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이마트의 레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완구 전체 매출 증가율(9.1%)을 크게 웃돌았다.

롯데마트 블록완구 매출에서 레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4.8%, 2011년 81.7%, 2012년 87.1%에서 올해는 지난달까지 91.3%로 높아졌다. 전체 완구 매출에서도 레고의 비중이 30%를 넘는다.

레고코리아의 매출 역시 2010년 383억원, 2011년 606억원, 지난해 1137억원으로 급증세다. 김성호 이마트 완구담당 바이어는 “어릴 적 레고를 갖고 놀았던 30대가 구매력을 갖추면서 레고의 새로운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자녀와 친구처럼 지내는 ‘프렌디(friend+daddy·친구 같은 아빠)’가 증가한 것도 레고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종됐거나 구하기 어려운 레고 세트에 프리미엄을 붙여서 파는 ‘레고 재테크’도 성행하고 있다. 지난달 옥션에서는 1999년 출시됐다가 지금은 단종된 ‘레고 테크닉 8448’이 출시 당시의 4배가 넘는 90만원에 판매됐다.

송종현/유승호/최만수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