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빨간불'…주민들 "교통·교육여건 악화, 우리가 불행"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범지구 파열음
목동 "20만명 반대서명 추진"
공릉 "주민공람 자체 거부"
국토부 "충분히 의견수렴할 것"
목동 "20만명 반대서명 추진"
공릉 "주민공람 자체 거부"
국토부 "충분히 의견수렴할 것"

도심 철도부지나 유수지 등 국공유지에 임대주택을 짓는 행복주택사업이 시작단계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시범구역 주민이 주거환경과 교통·교육여건 악화,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겠지만 시범구역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택업계도 주민갈등 때문에 사업지가 변경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이 같은 이유로 공공주택공급 계획을 변경한 사례가 없어서다.

◆목동 등 3곳 반발 거세
반발은 서울 양천구 목동·노원구 공릉동과 안산 고잔지구가 특히 거세다. 목동 주민들은 ‘행복주택 건립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지구지정 취소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행복주택이 들어오면 “우리가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인구과밀에 따른 교통·교육 문제 등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고, 해당 부지 내 빗물펌프장 등 기반시설이 이전할 마땅한 땅이 없다는 게 반대 요지다. 신정호 비대위원장은 “인근 백화점과 야구장 때문에 지금도 교통난이 심각한데, 2800가구가 더 들어오면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춘선 폐선부지에 들어서는 공릉지구(200가구)도 구청과 주민 반발이 거세다. 노원구는 “주민공람을 진행할 수 없다”는 공문을 두 차례나 국토부에 보냈다. 전국에서 임대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어서 더 이상 임대주택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산 고잔지구(1500가구)는 아예 ‘지역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2006년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된 뒤 사업이 미뤄지고 있는 안산 신길동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최근 서승환 국토부 장관을 만나 고잔지구 행복주택 개발계획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럴 경우 도심 역세권에 들어서는 행복주택의 취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유수지(홍수방지용 빗물 저장 부지) 2곳에 3400가구가 들어서는 송파구도 자체 공람공고를 거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전체 7개 지구, 1만50가구 중 지역개발 기대감이 큰 오류(1500가구)와 대학생 주거지로 조성되는 가좌(650가구)등 찬성지역 2개 지구를 뺀 5개 지구, 7900가구의 사업추진이 불투명하게 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반대 목소리가 큰 이유로 꼽힌다.
◆국토부, “지구변경은 어렵다”
국토부는 오는 19일까지 주민 공람 공고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별도의 설명회 등을 마련해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행복주택단지는 임대주택과 업무·상업시설이 함께 지어져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시각이다.
이명섭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장은 “행복주택은 기존 도심에 들어서는 만큼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면서도 지구 지정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주민 반발이 계속되면 불가피하게 ‘사업계획 규모 변경’은 있을 수 있다. 국토부는 과거 이명박정부 때 추진되던 보금자리주택사업에서 경기 과천과 서울 고덕·강일지역 주민과의 갈등 때문에 공급가구 수를 축소했었다.
전문가들은 주민 반대를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붙이기보다는 행복주택이 가져올 효과를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행복주택의 슬로건은 저소득층을 가두는 게 아니라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주거 사다리’를 만들자는 목적”이라며 “20~30대 젊은 층이 입주하면 소비 촉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인 요인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보형/이현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