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 관리 비리 근절에 나섰다. 관리비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계약서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비리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국의 아파트는 작년 말 기준 863만가구에 달한다. 관리비와 추후 보수를 위해 적립하는 장기수선충당금도 연간 10조원에 이른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은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아파트 관리에 정부가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주민의 관심과 참여 없이 법과 제도 강화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관리비, 2년마다 외부 회계감사 받는다

○감시와 비리 처벌 강화

국토교통부는 △상시적 감시체계 마련 △관리 비리 처벌 강화 △관리자 윤리·전문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아파트 관리제도 개선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28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우선 관리소장과 주택관리업체 등의 불법적인 관리비 사용을 막기 위해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는 2년마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했다. 종전에는 입주자가 요청할 때만 감사를 실시했다.

관리비와 각종 수입 회계 서류를 규정(5년 이상)대로 보관하지 않고 폐기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아파트 보수 공사 중의 비리를 막기 위해 입주민에게 공사 및 용역계약서도 공개하도록 했다.

관리소장과 입주자 대표 등 관리 비리자 처벌도 강화한다. 1년 이하 징역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 기준을 대폭 높인다.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과태료도 500만원 이하에서 1000만원 이하로 올린다. 주택관리업체 가운데 등록기준이 미달한 업체 등은 등록을 말소하고, 등록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아파트 관리자에 대한 윤리 및 전문성 교육도 병행한다. 주택관리사는 관리소장 임명 후 한 번뿐인 교육을 3년마다 받도록 한다. 지자체도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주택법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달 국회에 제출하고 올해 안에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주민 스스로 감시해야”

수도권 3000가구 규모 아파트의 연간 관리비는 100억원 수준으로 웬만한 중소기업의 매출과 맞먹는다. 하지만 회계부터 보수공사 업체 선정 등 주요 의사 결정은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 등 몇 사람만 참여한다. 집주인들은 ‘집값’에만 관심이 있고, 세입자들은 “내 집도 아닌데”라며 관리비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비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토부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관리비 내역을 다른 아파트와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공동주택관리정보)을 운영 중이지만 이를 통해 관리비 거품빼기에 나선 아파트는 찾기 힘들다. 주택관리업계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김기홍 공동주택 선진화 운동본부 상임위원은 “그동안 아파트가 재산 증식 수단으로 간주되면서 상대적으로 관리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제도와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주민 스스로가 관심을 두고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