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추문은 그러나 확대일로다. 사건의 전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도 않았다. 방미 성과는 고사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관련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밝힌 다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서실 등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윤창중 개인의 처신이나 공직기강 해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건 결과론적인 접근이요 피상적 처방이다.

부적절한 사람들이 부적절한 자리에 기용되었다는 것이 사태의 본질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이 윤창중 사건을 이토록 증폭시킨 결과를 만들어 냈다. 우왕좌왕하는 미봉책은 사태를 통제불가능의 영역으로 오히려 쑤셔넣고 말았다. 원칙보다는 변칙이나 꼼수를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미성숙한 사람들이 비서실을 채우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사실 인사 난맥상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비롯, 대통령이 손수 낙점한 각료급 인사 6명이 줄낙마했다. 정부 출범 후 52일 만에야 내각 구성이 완료된 것 역시 인사 문제였다. 윤창중 씨는 그런 경우의 극한이었다. 방미 출장길의 주어진 과업과 임무에서부터 기본 개념이 없었다.

박 대통령의 인선은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 오랜 정치적 환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위 ‘수첩 인사’니 ‘불통 인사’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인사는 기발해 보일지는 몰라도 위험하다. 대통령의 사적 취향이나 후보자의 충성심만 높게 평가될 가능성이 많다. 이런 방식의 인재 등용절차가 바뀌지 않으면 갈수록 이상한 사람, 납득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권력에 접근할 가능성만 커진다. 공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비서실 내부의 활발한 소통과 평판 조회도 필요하다. 밖에서 깨진 그릇이 안에서 온전할 리도 없다. 대통령은 이제 수첩 속 이름들을 잊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