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림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신지애 언니와 손이 아파 그립을 잡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미림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신지애 언니와 손이 아파 그립을 잡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중학교 1학년 때 신지애 언니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연습장에서 함께 살다시피하면서 훈련한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지난 5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KG·이데일리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미림(23·우리투자증권)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연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이미림은 “제가 주니어대회에 처음 나온 중1 때 신지애, 김송희, 오지영 언니 등이 잘 치던 선수였다”며 “아버지들끼리 알게 되면서 지애 언니와 광주광역시에서 같이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저는 무조건 지애 언니를 따라했습니다. 언니가 오전 7시도 안돼 나오면 저도 그 시간에 나왔고 밤 8시가 넘도록 연습볼을 쳤어요. 잘 안 맞으면 해가 뜨기도 전에 나왔죠. 연습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손이 아파 그립을 잡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광주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던 이미림의 아버지(이대성·58)는 남광주CC 클럽챔피언을 지낼 정도로 골프 열정이 대단했다. 원래는 이미림보다 9살 많은 언니 이지훈을 선수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연습할 때 아버지로부터 호되게 혼났던 언니는 일곱 살 때 골프를 포기했다. 이후 뱃속에 있던 이미림이 딸인 것을 알게 되자 아버지는 무조건 선수로 만들 작정을 했다고 한다.

이미림은 “어린 시절부터 골프채를 가지고 놀았다. 초등학교 4학년인가 ‘똑딱이볼(짧은 스윙으로 볼을 치는 것)’을 6개월간 친 뒤 풀스윙을 배웠다. 6학년 때는 1년 동안 학교를 쉬고 태국에서 6개월간 지내면서 실전 라운드를 했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때 두각을 나타낸 이미림은 서울의 대원외고로 진학했고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2010년 프로가 된 이미림은 2011년부터 해마다 1승을 했다. “우승할 때마다 엄마(권영남·58)가 꿈을 꿨어요. 첫 승(에쓰오일챔피언십인비테이셔널) 때는 청야니가 트로피를 주는 꿈을 꿨고 두 번째 우승(한국여자오픈) 때는 엄마가 아기를 선물로 받았대요. 이번에는 쑥과 고사리로 만든 꽃다발을 받았답니다.”

이미림은 대회 전날 면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스코어가 나빠지는 징크스가 있다. “주니어 때 라면을 먹고 대회에 나갔다가 엉망으로 쳤어요. 프로가 된 뒤 징크스를 한번 깨보려고 대만 대회에서 면을 먹고 나갔다가 77타를 친 적이 있어요. 그 뒤로는 절대로 안 먹습니다. 대신 대회 끝나는 날 몰아서 먹죠. 이번에도 우승한 뒤 짜장면 파티를 열었어요.”

이미림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김해 가야CC에서 열린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기간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몸에 이상이 온 것. “너무 추워서 그런지 골반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발가락 사이에 티눈까지 생기면서 걷기조차 힘들었죠. 대회 개막 전까지도 아파서 포기를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대회 1라운드를 시작하자마자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우승을 확정짓고 난 뒤 다시 통증이 재발했죠.”

이미림은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자신감’을 꼽는다. “스윙 기술은 모두 별 차이가 없어요. 누가 더 자신감을 갖느냐가 중요하죠. 결국 멘탈이 강해야 하잖아요. 자신감을 얻는 최고의 방법은 연습을 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림의 목표는 미국 LPGA투어 진출이다. 그는 “올해 국내에서 상금왕과 다승왕을 하고 내년부터 미국에서 뛰고 싶다. 지난해 국내에서 1인자가 된 뒤 미국으로 가겠다고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미뤘으나 올해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10월에 열리는 미 Q스쿨 예선에 참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