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후디 메뉴인 스쿨 공동설립자 故 가젤, 10세 전후 여학생 상대

영국의 저명한 음악 학교인 '예후디 메뉴인 뮤직 스쿨' 졸업생들이 재학 시절 학교 공동 설립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린 거장 예후디 메뉴인(1916∼1999)과 함께 이 학교를 설립한 벨기에 출신 피아니스트 마르셀 가젤(1907∼1969)이 생전에 10세 전후의 어린 여학생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7일(현지시간) 영국의 민영방송사 '채널4'의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음악 영재들을 교육하기 위해 1963년 메뉴인과 이 학교를 공동 설립한 가젤은 1960년대에 여학생들의 기숙사 방에 들어가 몸을 더듬는 행동을 일상적으로 했다고 졸업생들은 전했다.

9세 때부터 4년간 이 학교에 다녔던 이리타 쿠치미는 "(가젤이) 아침에 잠을 깨운다면서 여학생들 이불 안에 손을 넣어 맨몸을 간질였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곳을 만지곤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가젤은 매우 영향력 있는 사람처럼 보였고 학생들을 소유물처럼 여기는 느낌이었다"며 "당시의 (성추행) 경험은 내 어린 시절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
"고 돌아봤다.

이 학교 출신 가운데 가장 유명한 연주자로 꼽히는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57)도 "가젤은 여러 차례 성추행을 저질렀다.

결코 일회성 행동이 아니었다"고 힘을 실었다.

1964년부터 10년간 이 학교에서 공부하며 창립자인 예후디 메뉴인을 사사한 그는 10여 년 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젤이 여학생들을 상대로 부정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지만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케네디는 "이기적이고 병든 사람이 저지른 일 때문에 신뢰가 무너져버렸다는 사실이 수치스럽다"고 개탄했다.

이번 보도는 지난 2월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또다른 명문 '체담 음악학교'(Chetham’s School of Music)의 교사 6명이 20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저질렀고 이들 교사 중 한 명이 체포된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 전에 불거졌다.

예후디 메뉴인 스쿨은 가젤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충격적이고 슬픈 내용"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학교에 남아있는 최근 50년간의 기록을 조사했지만 당시에 관련 의혹이 제기된 정황은 없었다"며 "우리는 학생들의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학교 정책에 따라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젤의 유족은 그러나 "고인은 선량한 사람이었으며 학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