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수익성 악화, 부실 증가 등 위기 징후들이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41%로 4년 만에 가장 낮았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5.22%로 전년 동기(9.78%)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며 10년 만에 최저다. 순익이 1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4.9%나 줄어든 탓이다. 심지어 순익이 78%나 급감한 은행이 있고, 어떤 은행은 나쁜 실적을 숨기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수익성 악화요인은 물론 저금리로 이자수익이 줄고, 경기침체로 대출 부실은 불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순이자마진(NIM)이 1분기 1.95%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 2% 밑으로 떨어진 반면 부실채권은 4대 금융지주만 해도 1분기 중 1조원이 늘었고 떼일 염려가 있는 잠재부실은 13조원에 이르는 정도다. 건설 조선 등 불황업종과 가계·중소기업·자영업 대출 등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은행들은 손쉬운 이자장사에 안주해 다른 수익원을 창출할 능력도 없다. 지난해 앞다퉈 여·수신 전쟁을 선포하면서 점포를 늘리고 자산을 한껏 불렸던 은행들이 이제와 점포를 줄이고 부실을 턴다고 아우성이지만 저금리와 경기부진 속에 고임금·고비용의 방만한 체질로는 요원한 일이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정부의 광범위한 관치와 은행 동원 행태가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한껏 부풀려 놓은 데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은행을 경기부양과 중소기업·서민 대출 확대에 동원했고, 은행들은 정권 코드맞추기에 주력하면서 부실 염려가 있어도 서슴없이 대출해온 게 사실이다. 건전성 감독을 책임져야 할 금융감독 당국부터 부실이 생겨도 면책해줄 테니 대출을 늘리라고 독촉하는 판이다. 이런 분위기에선 은행들이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길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 회복은 더디고 저금리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CEO 교체를 앞두고 이전투구가 벌어질 게 뻔하다. 은행이 망가지는 게 바로 경제위기요 금융위기다. 은행도 망한다는 15년 전 외환위기 때의 경험을 벌써 다들 잊은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