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 각료가 또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나서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교도통신은 “이나다 도모미 행정개혁상이 지난 28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로써 아베 내각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각료는 아소 다로 부총리와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 후루야 게이지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을 포함해 총 4명으로 늘어났다. 이나다의 참배는 아소 등의 이전 참배와는 의미가 다르다. 한국과 중국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도전적인 참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나다는 ‘과거 전력’이 화려한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이다. 그는 작년 8월 독도를 살펴보겠다며 울릉도 방문을 추진했었다. 외신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베 총리가 가면을 벗는 것은 사실 시간문제였다”며 “그는 지금껏 속에 감춰온 극단적 국수주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엔화 약세에 따른 피해를 주변국들이 고스란히 감내하는 희생이 담보된 것이므로 국제사회의 동조가 사라지면 경제 성장 전략 자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아베 총리의 비겁한 철학 안에 인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면 과거의 파시즘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내에서조차 자성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4월28일(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일)을 이야기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관점은 왜 일본이 점령당했느냐는 것”이라며 “일본이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과오를 범한 끝에 패전을 맞이한 역사”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내외에 참화를 가져온 ‘쇼와(昭和·개전 당시 일왕인 히로히토 시대의 연호)의 전쟁’은 국제 감각을 잃은 일본 지도자들에 의해 시작됐고, 패전과 점령은 그 결말”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