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깜짝 실적' SK하이닉스의 고민
“모바일 시대가 가속화되면 반도체 업계 1위 기업은 확실히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3위 기업은 힘든 상황을 맞을 겁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4일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D램 쪽은 수급 균형이 잡혀가는 단계여서 수익성이 호전되는 추세지만, 낸드플래시 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아서다. 낸드는 모바일 시장이 커질수록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수요 증가에 대비해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공장을 세웠고, 마이크론은 싱가포르 D램 팹을 낸드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증가하는 낸드플래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박 사장은 “낸드 부문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을 합친 전체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35.4%로 1위, SK하이닉스가 2위(16.6%)였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3위(12.8%)지만 5위(6.5%)인 엘피다와 합병이 완료되면 SK하이닉스를 앞서게 된다.

최태원 SK 회장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가장 관심을 쏟아온 부문도 낸드플래시 쪽이었다. 지난해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개발업체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했고, 미국 컨트롤러 업체인 램드(LAMD)사를 인수했다. 최 회장은 중국 우시 SK하이닉스 공장 증설을 통해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박 사장은 최근 구속 수감 중인 최 회장을 면회했다. 최 회장은 실적 개선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청주, 이천 공장뿐 아니라 우시 공장까지 열 차례 가까이 직접 찾으며 반도체 사업에 의욕을 보였다.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선제적인 기술 투자 중요성을 강조했다.

SK는 지난해 반도체사업에만 3조8500억원의 ‘통 큰’ 투자를 했다. 그러나 올해 투자계획은 1분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잡지 못하고 있다. 회장의 공백 여파다. 치열한 치킨게임 끝에 모처럼 맞은 메모리 전성시대가 ‘짧은 봄날’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