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든버러 군악대축제와 문화재
세계적으로 알려진 군악대 축제 중 영국 에든버러의 ‘밀리터리 태투(Military Tattoo)’만큼 성공적인 사례도 드물다. 이 축제가 에든버러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문화재인 에든버러 성을 적극적으로 축제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낮에는 성 앞에서 축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밤에는 조명을 쏴 더 멋진 경관을 연출하는 것이다.

2010년 통계에 의하면 밀리터리 태투가 열리는 8월 한 달간 6만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21만명의 관광객이 에든버러를 찾았다. 경제효과가 5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으며, 787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누렸다. 문화재를 활용함으로써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를 탄생시키고, 지역경제도 활성화하는 훌륭한 관광상품을 만든 셈이다. 더불어 에든버러 성은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아졌다.

우리도 문화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훼손을 우려해 아예 접근을 차단하기보다 어울려 즐기면서 보존하는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재청의 ‘생생 문화재 사업’이 주목된다. 각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용해 문화·교육·관광 자원화함으로써 문화유산의 보존역량을 극대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뜻에서 2008년부터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안 증도의 염전 체험, 횡성 회다지소리 체험, 서울 아차산 시간여행 등이 꼽힌다.

생생 문화재 사업은 주민 의식의 변화와 지역관광 활성화 효과를 낳는다. 문화재는 마을 사람들에게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인식됐다. 고유한 그대로를 유지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문화재를 보호하고 보존하려다 보니 작은 헛간 하나를 짓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생 문화재 사업을 통해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광주에 있는 월봉서원은 5년간 사업을 통해 마을 발전에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서원으로 자리 잡았다. 서원 근처에 교육체험관을 개관하고 관광 인프라를 갖추는 효과도 얻었다. 이 외에도 꼭꼭 숨어 있던 이야기들을 찾아내 문화재에 입히는 작업을 통해 해당 문화재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든 경우도 많았다.

생생 문화재 사업의 지원 규모를 좀 더 키워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면 ‘일자리 창출’이나 ‘생산 복지’ 사업으로 확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의 관심과 주관 단체들의 창조적 마인드가 서로 어울려 에든버러 밀리터리 태투의 문화재 활용 혁신 못지않은 성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정강환 < 배재대 관광축제호텔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