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통사고 왕국' 오명 벗으려면
2011년 교통사고로 5200여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었고, 34만여명이 부상당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 물적인 손실을 따지면 약 18조원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국가에서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방안은 없는가.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은 국가였다. 2002년 재선에 성공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임기 중 달성해야 할 제1국정과제로 ‘교통안전 정착’을 선정했다. 무엇보다 도로 교통법규 준수와 교통안전 교육 및 홍보활동 강화를 안전정책의 핵심으로 삼았다. 과속감시 카메라를 대폭 확충하고, 단속과 처벌에 대한 제도를 강화했다.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과실 치사죄 또는 치상죄에 대한 벌칙과 벌금을 대폭 상향 조정했고, 종신운전 면허제를 폐지했다. 그 결과 시행 2년 만에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나 감소했다.

일본의 교통안전 정책도 교훈을 주고 있다. 일본도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연간 1만7000여명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1970년 ‘교통안전대책기본법’을 제정해 총리 직속의 교통안전대책심의관실 중심으로 교통사고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교통사고 위험운전자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치사죄, 치상죄 신설 등 법규 강화로 교통안전에 관한 한 세계적인 모범국가가 됐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교통사망사고를 업무상 과실치사로 규정하고 있는가 하면,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처벌 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게 책정돼 있다. 또한 과속, 신호위반, 음주운전 등 사고위험 운전자에 대한 단속도 선진국에 비해 관용을 베풀고 있다. 심지어는 교통법규 위반자에게 특별사면까지 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교통안전에서 흔히 말하는 시설, 단속, 교육 홍보가 기본이다. 도로에 교통안전 시설을 개선하고, 엄정한 단속과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법적 제재를 제대로 시행하고, 특히 교통사고 운전자의 안전의식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과 홍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경찰청 등에 분산돼 있는 교통안전 업무를 통합적으로 기획, 조정, 평가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의 강력한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교통안전 관련 예산과 인력을 효과적으로 집중시키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식 <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