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통행 차단…입주업체의 고민 "떠나면 폐쇄 빌미, 끝까지 남겠다"
북한이 3일 남측 개성공단 근로자의 서울 귀환만 허용하고 공단으로 들어오는 것은 차단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위협을 한 지 4일 만이다. 이에 따라 2000년 8월 현대와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개발 합의서를 주고받은 지 13년 만에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오전 8~9시 사이에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최근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사항’을 거론하면서 북측의 입장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북측은 통행금지 통보를 하면서 개성공단 폐쇄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성명을 내고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조치는 공단의 안정적 운영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 표명과 함께 개성공단 출·입경의 즉각적인 정상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통행 차단으로 이날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던 우리 측 인원 484명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당초 현지에 체류 중인 446명이 남측으로 귀환할 예정이었으나 33명만 돌아왔다. 현지에서 관리 및 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 기업 직원들은 “한 번 빠져 나가면 다시 공단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 모른다”며 스스로 서울 귀환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만 녹색섬유 사장은 “현지에 파견된 우리 회사 관리요원이 ‘관리감독 인원이 모두 빠져 나가면 공단이 폐쇄된 것으로 북한이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귀환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겠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 개성공단에는 총 828명의 우리 측 인원이 체류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1단계 3.3㎢(약 100만평) 기반공사가 끝나고 123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개성공단은 일단 오전 조업을 진행했으나 통행 차단이 장기화되면 심각한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반입이 불가능해져 통행금지 조치가 길어지면 사실상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수영/은정진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