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자인 베트남 국적의 A(22·여)씨가 지난달 31일 충북 증평군의 집 앞에 주차된 차량을 빼다가 접촉 사고를 냈다.

이 때문에 강제 출국 신세에 처하는 '화'를 당했지만 검찰의 도움으로 생후 8개월 된 아들의 장애를 예방하는 '복'을 받았다.

2일 청주지검에 따르면 A씨는 수년 전 취업비자로 입국했다가 출국하지 않아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됐다.

이런 A씨가 사고를 낸 것은 지난달 31일 오후 5시30분께.

친구에게 식사 대접을 하려고 밥을 하던 중 8개월짜리 아들이 전기밥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에 손을 데는 사고를 당했다.

화들짝 놀란 A씨는 약국에 가려고 차량을 빼다가 옆에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았다.

목격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A씨는 같은 날 오후 8시께 화상을 입은 아들과 함께 검찰로 넘겨졌다.

다행히 당직 검사는 A씨를 면담하던 중 아들의 손에 붕대가 감긴 것을 확인, 직원을 딸려 병원에 보냈다.

A씨는 치료비 16만여원을 낼 돈이 없었는데 이 역시 당직 검사가 부담했다.

담당 의사는 "치료가 늦어졌다면 수포로 손가락이 달라붙는 장애가 생겼을 것"이라며 "신속한 조치로 치료가 제때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A씨가 전 재산인 200만원의 임대차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강제출국 시기를 늦췄으며 교도소 측에 A씨 아들의 상처 치료에 관심을 기울여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청주지검의 한 관계자는 "A씨가 장애를 입은 아들을 보며 평생 속을 끓였어야 했을 것"이라며 "강제출국 처지가 됐지만 아들의 장애를 막게 돼 그나마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남편도 불법체류 상태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