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으로 돈을 불려 온 직장 초년병 김일수 씨. 김씨가 주로 ‘애용’하는 것은 신용협동조합 비과세 예금이나, 저축은행 고금리 예금이다. 시중은행 예·적금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김씨에겐 그다지 매력이 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요즘 김씨의 사정이 달라졌다.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에 불과하다. 비과세를 감안하더라도 연 4%에도 못 미치는 곳이 허다하다. 은행 예금도 비슷한 수준이어서 굳이 번거롭게 제일 높은 금리를 주는 금융사를 찾아다닐 필요도 못 느끼고 있다.

그는 “2011년 연 5.0%에 예치한 예금을 1년 만기가 돼 찾아가니 연 4.0%에 예치하라고 하고, 올해 다시 가니 연 3.5%밖에 못 준다고 한다”며 “적금은 원금이 불어나는 효과라도 있어 그나마 돈 모으는 즐거움이 있지만, 예금금리는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것 같아 할 맛이 안 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전에는 금융사별로 금리 차이가 컸는데 지금은 은행에 가든 저축은행에 가든 금리 차이가 0.2~0.3%포인트 정도밖에 나지 않는 것도 답답하다”며 “금리 더 주는 금융사를 찾아가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도 보상이 안 되는 수준이니 돈 굴리기가 참 어렵다”고 했다.

문제는 지금의 저금리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가 앞으로 풀리면 기준금리가 올라가고 전체적으로 금리가 인상될 수는 있지만, 예전처럼 연 7~10% 수준에 이르는 고금리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목돈 만들기도 어렵고 목돈 굴릴 곳도 없으니 재테크 실종 시대라고 자조하는 이들도 많다.

저금리 시대의 재테크는 고금리 시대의 재테크와는 달라야 한다. 김씨처럼 예·적금으로만 돈을 불려서 부자가 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하며 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낮은 수익률을 만회할 수 있는 비과세·일부과세 상품에도 주목해야 한다.

주식·부동산·금·원자재 등은 전통적으로 금리가 낮아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때 투자 수익률이 좋은 편이다. 다만 가격변동이 커서 오히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커버할 수 있는 파생형 상품에 투자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2030, 비과세 재형저축이 ‘딱’

김씨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상품으로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재형저축을 첫손에 꼽는다. 7년 이상 돈을 부으면 이자소득세(14%)를 면제해 주는 저축장려 상품이다. 농어촌특별세(1.4%)만 세금을 내면 되기 때문에 실제 금리는 기존 은행 상품 등에 비해 훨씬 높다.

지난달 초 출시된 이 상품은 직전 과세기간 총 급여액이 연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나, 종합소득 금액이 연 3500만원 이하인 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다. 현재 금리는 최고 연 4.6%(기업은행, 산업은행 다이렉트 상품)인데 기업은행은 고정금리 기간이 3년, 산업은행은 4년으로 앞으로 금리가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산업은행 쪽이 조금 더 유리하다. 분기당 최고 300만원, 연간 최고 1200만원까지 돈을 넣을 수 있다.

은행의 저축상품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손쉽게 가입할 수 있지만 재형저축펀드, 재형저축보험 등의 상품도 있다. 은행 저축과 마찬가지로 비과세 혜택이 있는데, 증권·보험에는 기존 상품에도 이미 비과세 혜택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신중히 비교 선택해야 한다. 증권사가 파는 펀드상품 중 주식형 상품은 원래 비과세다. 재형저축펀드는 채권형 상품에 비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원래 채권형 상품에 투자하고 싶었던 경우 재형저축펀드 쪽을 고르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보험사는 이미 10년 이상 장기가입자에게 과세하지 않는 상품이 다수다. 다만 재형저축보험은 7년 이상 가입자에게 과세하지 않으므로 기간 면에서는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상품은 원래 장기가입이 기본이고, 보험의 보장성과 초기사업비 지출 등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신혼부부들은 국민주택과 민영주택 청약권이 부여되는 주택청약종합저축에도 가입하는 것이 좋다. 매월 2만~50만원 내에서 자유롭게 불입할 수 있는데, 2년 이상 유지하면 연 4.0% 금리를 주고 연 120만원까지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꼭 청약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저금리 재테크에 좋은 통장인 셈이다.

◆4050, 투자상품 다양화해야

어느 정도 목돈이 모인 중년층은 투자상품을 다양화해서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종 채권을 비롯해 기업어음, 환매조건부채권(RP), 원금보장형 주가지수 연계상품, 월이자 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 즉시연금, 물가연동국채, 해외채권 등 중위험 중수익 상품군을 노려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주일에 한 번 판매하는 산업은행 RP상품의 경우 연 4.0% 금리를 제공한다. 예금보다 금리는 높지만 위험도는 낮은 편이다. 주가연계예금(ELD)의 경우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고금리 혜택을 노려볼 수 있다. 브라질 채권도 인기가 높은데 환율 변동성과 토빈세(투자금액의 6%)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노는 돈’도 일하게 해야 한다. 은행의 수시입출금 통장은 대개 연 0.1% 안팎의 낮은 금리를 준다. 사실상 이자가 없다. 은행 입장에서 ‘저원가성 예금’이라고 부르는 통장들이다. 하지만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돈을 넣는다면 연 2~3%가량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산업은행의 KDB다이렉트 수시입출식 예금(HiAccount)은 최근 금리를 대폭 낮췄지만 그래도 금액 제한 없이 연 2.5%를 준다.

◆6070, 절세에 집중…주택연금 고려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가 가까운 이들은 이제부터는 일정한 고정소득 없이 기존 자산을 굴려서 은퇴 후 생활을 해야 한다. 그간 모은 목돈이 있는 경우에는 세금 폭탄을 피하는 방향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금리가 낮은데, 세금까지 물게 되면 실제 수익률은 연 2% 안팎에 그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금융소득종합과세 한도가 연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다만 아무런 다른 소득 없이 이자소득만으로 사는 경우엔 무조건 종합과세되지 않는다. 다른 소득(임대소득, 근로소득 등)이 없고 금융소득만 연 7200만원 이하인 경우엔 추가 세금이 없다. 이자소득세와 종합과세 세율을 비교해 더 높은 쪽을 택하는 ‘비교과세’ 제도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소득 근로소득 등이 있을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예컨대 평소에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살다가 ELS 등에 투자한 수익이 5년 만에 한 번 2000만원 이상 들어오는 경우엔 평소 ‘부자’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도 종합과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월지급식 상품에 가입하거나, 미리 상속·증여를 통해 자산을 분산하는 등 세금을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목돈이 없는 1주택자라면 주택연금에 가입해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도 좋다. 특히 연금상품에 저금리는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데 주택연금의 경우 저금리 시대가 될수록 현재 보유한 주택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현재는 부부가 모두 만 60세가 넘어야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가입연령을 낮추겠다고 공약한 만큼 대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