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대한해운이 2011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대규모 출자전환과 감자를 진행하기로 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채권투자자들의 경우 2011년 출자전환 땐 그나마 원금의 3분의 1가량을 건질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출자전환을 추진함에 따라 회수 가능한 금액이 원금의 3.7%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한해운 주식 투자자도 총 75 대 1의 감자를 당하게 돼 추가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변경 회생안 28일 관계인 집회

대한해운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변경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기존 채권자들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잠식을 해소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한 조치다. 대한해운은 지난 1월25일 상장폐지 요건인 자본금 전액 잠식으로 주식시장에서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변경 회생안에 따르면 대한해운 채권자는 채권의 10%만 2021년까지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90%는 10만원당 1주의 비율로 출자전환한 주식을 받게 된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 15주를 1주로 줄이는 15 대 1 감자계획도 포함됐다.

변경 회생안이 오는 28일 관계인 집회를 통과하면 2011년 회생안에 따라 이미 큰 손실을 감수한 투자자들은 사실상 원금을 거의 다 날리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2011년 회생안은 채권자들이 원금의 37%를 10년에 걸쳐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63%는 10만원당 1주 비율로 주식을 받는 조건이었다. 감자비율은 5 대 1이었다.

이번에 변경 회생안이 확정되면 채권자들은 돌려받기로 한 원금 37% 가운데 10%만 2021년까지 나눠받게 된다.

최초 투자금의 3.7%만 회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법정관리 신청 전에 대한해운 회사채 1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라면 2011년 회생안에 따라 37억원과 6만3000주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변경 회생안에 따라 손에 쥐게 되는 것은 2021년까지 나눠 받게 될 현금 3억7000만원과 출자전환되는 주식 3만3300주, 15 대 1 감자로 쪼그라든 주식 4200주가 전부다.

◆주식투자자 이미 95% 손실

대한해운 주식 투자자들도 피해가 막심하다. 법정관리 전에 대한해운 주식에 1억원을 투자한 주주는 이미 95%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 법정관리 직전 2만5200원이었던 주가가 이미 5 대 1 감자 때 12만6000원을 기준으로 재거래됐지만 현재 6900원까지 내려앉았다.

여기에 15 대 1 감자를 또 단행하면 추가 손실이 날 것으로 우려된다. 1억원 투자자 손에 주어진 주식은 애초 3968주에서 53주까지 줄어든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주식과 회사채 투자자 모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변경 회생안 통과로 상장이 유지되는 게 청산절차를 밟는 것보다는 이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