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영역에 준하는 정제된 표현 요구"

다른 남자와 대화를 나눴다는 이유로 9살 연하 여자친구를 한밤중에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하다 고시원에 가둔 20대 남성 A씨.
A씨는 며칠 뒤 여자친구가 자신을 경찰에 고소한 뒤 헤어지자고 하자, 앙심을 품고는 카카오톡 대화명에다 욕설을 잔뜩 썼다.

'다른 남자와 낙태하고서 내 애를 낳는다고…', '오늘 밤 12시 이후에는 내 마음대로 한다.

○○○가 뭔지 보여줄게' 등 있지도 않은 사실을 늘어놓거나 여자친구를 협박했다.

검찰은 이런 대화명을 친구로 등록된 40여명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A씨를 기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여자친구와 합의해 반의사 불벌죄인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가까스로 형사처벌을 면했지만 미성년자 약취와 상해 등이 인정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가 처벌을 받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무 때나 애플리케이션만 작동하면 무료로 제한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은 무심코 죄를 짓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실제 검찰에 기소된 사례를 보면 대화명 변경이나 카카오톡 방에서의 대화 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범행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심지어 공직선거법 위반도 카카오톡에서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성호 판사는 지인 14명과 만든 카카오톡 방에서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해 허위 글을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기소된 가정주부 C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또 서울고법 형사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19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카카오톡으로 9명에게 헛소문을 퍼트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다른 곳에서 읽은 글을 면밀한 검토 없이 퍼 나르거나 평소 친한 사람들과 함께 다른 이를 흉보다가 꼼짝없이 재판에 넘겨졌다.

최승재 변호사는 이런 세태에 대해 "카카오톡은 허위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쉽게 퍼 나를 수 있어 명예훼손의 전파 가능성이 높은 공간"이라며 "공적인 영역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