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과 혐의가 베일에 싸인 채 이스라엘 교도소의 독방에 수용됐다가 2010년 사망한 호주인 '수감자 X' 벤 자이기어(34)의 사인이 자살로 확인됐다고 이스라엘 법원이 밝혔지만, 논란은 지속하고 있다.

21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법원은 전날 이 사건에 대한 보도 금지령을 풀어달라는 요청과 관련한 심리에서 "수감자 X가 독방 욕실 창문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법원은 또 자이기어가 자살할 당시 교도관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검찰에 관련자들의 기소 여부를 검토하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수감자 X의 이름이 벤 자이기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으로 추정되는 자이기어가 독방에 수용된 이유와 그가 적절한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지 여부, 국가로부터 압력을 받았는지 등이 명확히 풀리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인권단체인 '시민권리연합'은 자이기어가 숨지기 6개월 전의 행적과 수감 생활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자이기어의 혐의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가 모사드의 비밀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이란에 통신 장비를 수출하는 위장용 '유령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스라엘 뉴스 사이트 와이네트는 극비리에 구속된 수감자 X가 있고 그가 교도소에서 숨졌다는 사실을 두 차례 보도했지만, 이스라엘 검열 당국은 즉각 기사를 삭제하도록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호주 ABC방송의 보도로 이 사건이 확대되자 직접 이스라엘 언론사 편집자들을 불러 보도금지를 요구함으로써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외국 여권을 이용한 모사드의 첩보활동 문제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모사드 요원이 2010년 1월 두바이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 관리를 암살한 사건과 관련해 암살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은 호주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전체 26명으로 구성된 모사드 암살 조는 호주는 물론 영국, 아일랜드, 독일 등의 여권을 사용했으며 암살 사건 직후 두바이를 모두 탈출했다.

자이기어는 2010년 초 이름과 혐의가 교도관에게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아얄론 교도소의 독방에 수용됐고 그해 12월 15일 그곳에서 목매 숨졌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