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기조 '국가전체 총량적 성장'→'국민중심 성장'으로 전환
일자리중심 창조경제 등 5개 실행방안 제시…'경제민주화' 후퇴 논란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박근혜 정부' 5년의 국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5대 국정목표와 21개 국정전략, 140개 국정과제를 통해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철학이 녹여진 국정청사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국민행복'과 '희망'으로 요약된다.

국가 중심에서 국민행복 중심으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박 당선인의 대선기간 공약이 오롯이 반영된 결과다.

이는 인수위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비전으로 '국민행복, 희망의 새시대'를 확정한데서도 알 수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시대', 이명박 대통령이 '선진화 원년'이라는 국정비전을 제시한 것과 비교할 때 국가와 사회를 중시하는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국민의 행복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국민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대선 출마선언에서 국민행복을 위한 3대 과제로 제시했던 '경제민주화'가 5대 국정목표에서 빠져 하위 '21개 국정전략'내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라는 표현으로 들어간 것을 놓고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재벌 개혁 등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의 강력한 추진없이 시장 논리만 좇아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행복 달성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인수위는 국정운영 기조의 전환을 강조했다.

우선 경제성장 모델의 경우, 국가 전체의 총량적 성장에서 국민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선진국 추격형 성장 모델에서 세계시장 선도형 성장 모델로 전환하고, 노동ㆍ자본 등 투입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생산성 중심의 질적 발전으로 변화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또 수출ㆍ내수산업, 제조업ㆍ서비스업ㆍ대기업ㆍ중소기업의 불균형 성장 현상을 고쳐 취약부문의 생산성 제고를 통한 부문간 균형 성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원칙이 무너진 자본주의'에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로 옮겨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불행하고 이는 결국 서민들의 행복지수 저하로 이어지는 사회ㆍ경제적 병리 현상을 치유하겠다는 경제민주화의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회발전 패러다임의 경우, 성장이 있어야만 복지도 있다는 기존의 단선적 관점에서 벗어나 성장과 복지는 서로 순환하는 것인만큼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천명했다.

또 후진국형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 '국민안전 제일주의'를 확립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운영 방식에 있어서도 지금까지는 정부의 일방적 집행 형식에서 벗어나 민관이 소통하고 부처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측면에서 인수위가 제시한 5대 국정목표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시대'라는 국정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분야별 실행방안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ㆍ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이 5대 국정목표로 제시됐다.

우선 '일자리 중심의 창조 경제'를 국정목표 중 첫 손에 꼽은 것에 적잖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국민행복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5년전 이명박 정부가 5대 국정지표 중 하나로 활기찬 시장경제를 제시하고 이와 관련한 핵심과제로 '7% 성장과 3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것과 비교할 때, 박근혜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아니라 일자리에서부터 모든 정책을 출발하겠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경제성장률보다는 고용률을 지향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었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부(部)'로도 불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할 창조경제의 지향점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도 국정목표를 통해 분명히 했다.

인수위는 현 정부 경제 정책의 중심에 있던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이 창조경제의 주역이 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를 추진 전략으로 제시했다.

자본과 힘의 논리에 의한 불공정 행위를 방지해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공동선이 합치되는 균형잡힌 경제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경제민주화'가 5대 국정목표에 포함되지 않았고 용어도 사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석훈 인수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원칙이 바로 선'이라는 개념이 경제민주화보다 더 광의로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원칙이 바로 선'이라든지 경제민주화는 필요에 따라 상호적으로 계속 사용할 용어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폐기했다든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사라졌다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맞춤형 고용ㆍ복지'는 고용과 복지 분야에서 국민행복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 생애주기 등에 따라 필요한 때에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일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복지-고용-성장'간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태어나서 삶을 마칠 때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나, 자립을 지원하는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방안 그리고 주거나 서민금융 등 서민생활의 실질적 부담을 경감하는 것은 물론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정년을 연장하는 등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국민행복과 희망이라는 국정비전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안전과 통합의 사회'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성폭력ㆍ학교폭력ㆍ가정파괴범ㆍ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 척결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도록 했다.

총제적인 국가 재난관리 체계 강화로 국민의 생명ㆍ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해 국민 행복의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교육ㆍ문화 분야의 국정목표인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에서는 인성교육 중심 수업과 개인 맞춤형 진로교육 등으로 꿈과 끼를 살리는 열린 교육으로 전환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들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을 천명했다.

강석훈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은 국정과제에 대해 "창조경제를 통한 새 일자리 창출 등으로 국민행복의 여건을 만들고 살면서 당면하는 각종 생애 리스크를 잘 막아주고 정신적 측면에서 사회와 교육, 문화를 안전하게 통합해야 국민행복이 구현될 수 있다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수위는 5대 국정목표, 21개 추진전략 그리고 140개 국정과제에 대해 박근혜 정부 5년간 어떤 단계를 거쳐 실현할 지에 대해서도 로드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훈 인수위원은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 총 210개의 관련 입법이 필요한데 이미 제출한 법안이 68개"라면서 "올해 상반기 41개, 하반기에 58개 등 대략 150개 이상에 대해 금년 중 입법을 마마루해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