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내달말까지 신규 채용 계획 없어"…판매실적 3년 연속 하락세
팍스콘 "춘제 후 높은 업무복귀율에 따른 결정일 뿐 애플과 무관"

애플의 최신형 스마트폰인 아이폰 5의 생산주문이 저조함에 따라 팍스콘 중국공장들이 신규 고용을 잠정 중단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대만에 본부를 둔 팍스콘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하청 생산하는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다.

팍스콘 중국공장에 고용된 직원 수는 120만여명으로 중국 내 민간기업 규모로 가장 많다.

팍스콘이 신규 고용 중단을 결정한 것은 앞서 세계적 경제 위기로 중국 전체 고용시장이 침체에 빠졌던 지난 2009년 이래 처음이다.

광둥성 선전 소재 팍스콘 공장 대변인은 "현재 중국 본토에 있는 그 어떤 (팍스콘) 공장도 고용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업계 소식통들은 회사가 최근 아이폰 5의 주문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3월말까지 모든 고용 계획을 중단하라는 내부 지침을 하달했다고 전했다.

애플 측은 이와 관련 공급업체의 고용 계획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팍스콘 중국공장의 직원 수는 2009년 경제위기 한때 80만명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아이폰 5가 출시하면서 120만명으로 증가했다.

공장 직원의 평균 근속 기간이 13개월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계획대로 한 달간 신규 고용을 중단할 경우 직원 수는 최대 수만명이 줄어들 전망이다.

팍스콘 채용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선전 공장을 비롯해 허난성 정저우, 쓰촨성 청두, 산시성 성도 등 총 4곳의 공장이 신규 고용을 중단한 상태다.

공장들의 이 같은 인력 축소 노력은 최근 회사의 판매실적이 저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FT는 지적했다.

지난달 팍스콘의 판매실적은 전달보다 8% 감소했다.

또 지난해 총 판매실적은 3조2천200억대만달러(약 11조원)로 전년 대비 16%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앞서 2011년과 2010년 각각 20%와 63%의 판매실적 호조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경제 위기 직전까지 세계 전자업계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팍스콘의 영업실적 역시 빠르게 성장했지만, 2010년 들어 주춤하고 있다.

회사의 사업구조상 전자제품 조립 부문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해 새로운 판로 개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팍스콘의 계약사인 애플을 비롯해 휴렛팩커드와 소니, 노키아 등 많은 IT기업이 팍스콘과 계약을 맺지 않은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고전하는 것 역시 회사의 실적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팍스콘 대만 본사 측은 중국공장의 인력 감축 계획이 애플 등 고객사의 주문 수요에 따른 것이라는 FT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우 팍스콘 대변인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춘제(음력설) 연휴가 끝나고 예상보다 많은 직원이 업무에 복귀함에 따라 당분간 신규 채용이 필요치 않다는 회사의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가 최대 명절의 하나인 춘제를 맞아 근로자들이 고향을 찾았다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먼 여행길에 지쳐 연휴 이후 공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어 중국 공장장들은 이 기간 통상 신규 채용을 준비한다.

그러나 올해는 예외적으로 직원의 90% 이상이 공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우 대변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