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영업 추진 등 시너지 효과에도 `화학적 결합' 쉽지않아

9일로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지분을 인수한 지 1년이 되지만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의 불안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공동영업을 추진하면서 시너지를 노리고 있지만 '5년간 독립경영' 약속으로 그 진척이 더디다.

두 조직 간 감정의 앙금도 여전해 갈등 또한 이어지고 있다.

◇독립경영 보장은 갈등 `불씨'…공동업무 진행은 성과
하나금융은 지난해 2월9일 론스타와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7.27%를 인수해 2010년 11월부터 1년3개월을 끌어온 지분 인수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독립경영'을 주장하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나서 두 조직의 결합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마라톤협상 끝에 같은달 17일 ▲외환은행 독립법인 존속 ▲자회사 편입 5년 후 하나은행과의 통합 논의 ▲합병 시 대등합병 원칙 적용 등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의 계열사이면서도 노사관계ㆍ인사ㆍ재무ㆍ조직 등에서 독립경영을 보장받는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이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공동업무를 진행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자동화기기(ATM) 공동이용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두 은행은 지난해 3월2일부터 고객들의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상호 감면해줬다.

이에 따라 하나ㆍ외환은행 고객이 상대방 ATM를 이용하는 건수가 지난해 2~12월 사이 164.7%나 급증했다.

상호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통장정리도 지난해 2월에서 올해 1월 사이 117.8% 늘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외환카드 가맹점에서 하나SK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하나SK카드의 단독 가맹점은 40여만개에 불과해 수수료를 내고 BC카드의 가맹점망을 이용했는데, 이 조치로 추가 모집비용 없이 외환카드 가맹점 220만개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외환카드 입장에선 수수료 수입을 얻게 돼 양사 모두 `윈-윈'할 수 있었다.

공동 사업이 항상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해 외환은행은 '2X카드'로, 하나SK는 '클럽SK'로 대박이 났다.

2X카드는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75만장이 발급됐고, 클럽SK는 지난해 80만장 가까이 나가 업계 최다 발급 카드가 됐다.

양측은 시너지 창출을 위해 두 카드를 교차판매하기로 했으나 외환은행이 지난해 8월 이후 클럽SK카드를 판 건수는 1만장 남짓에 불과했다.

하나SK카드는 외환카드의 교차판매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외환銀 잔여지분 인수계획으로 갈등 커져
'한 지붕 두 가족'은 아직 서로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다지지 못했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독립경영을 침해하려는 하나금융 측의 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해 7월 하나금융이 임원진 워크숍에서 IT 부문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히자 외환은행 노조는 '통합을 전제로 한 사전작업'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하나금융은 자사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에 외환은행의 고객정보를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고 했으나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최근 들어서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잔여지분 인수 계획으로 양측간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졌다.

외환은행 지분 60%를 보유한 하나금융은 지난달 28일 나머지 지분 40%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측이 "계열사 간 협업 활성화 등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획대로 4월 초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지분 100%를 확보하면 외환은행은 자동 적으로 상장 폐지되고 이후 언제든지 합병 절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를 합병을 위한 '수순 밟기'로 판단, 수차례 집회를 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탄원서를 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시너지 효과 판단은 시기상조"
양측의 시너지를 평가하기엔 아직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거나 합병한 것도 아니어서 성과를 예단하는 데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대우증권 심태용 수석연구원은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했고 노조와의 마찰도 있어 단기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힘들었다"면서도 "하나금융이 잔여지분을 인수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통해 시너지가 효과적으로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투자증권 이고은 수석연구원은 "시장 상황이 안 좋은 면도 있지만 통합 과정에서 추가로 든 비용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비용 문제가 작년에 어느 정도 해소됐고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독립경영 5년 보장'이 길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신한과 조흥은행이 3년 만에 합병했던 것과 비교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직문화가 전혀 다른 두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양측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두 조직의 결합이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고유선 기자 pseudojm@yna.co.kr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