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금융' 산업銀 아성에 국민·외환 도전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1조2650억원 규모의 동두천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의 금융주관사로 선정됐다.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서 금융주관사로 산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아닌 민간은행이 선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건설주체인 한국서부발전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등은 국민은행이 ‘비소구 조건’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점에 매력을 느껴 금융주관사로 선정했다. 발전소 건설 후 수익률이 저조해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졌을 경우 이들 업체에 증자나 담보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발전소 투자금융에서 비소구 조건을 제시한 건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만큼 발전소 사업성이 괜찮다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발전소 건설시장에서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을 찾기 어려워진 은행들은 발전소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대규모 안정적인 수익을 챙긴다는 전략이다.

○발전소 건설에 뛰어드는 은행들

지금까지 산업은행의 텃밭이던 발전소 투자금융시장에 외환 신한 우리 등 민간은행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1월 제주도의 1000억원 규모 해상풍력단지 건설프로젝트의 금융 주선기관 입찰에서 주관사로 선정됐다. 당시 외환은행은 금리 수준을 파격적으로 낮춰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소규모 프로젝트를 여러 개 따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금융주관사로 선정된 300억원 규모의 영광하사리 풍력발전소 건이 대표적이다.

은행들이 발전소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것은 도로 댐 등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비해 건설기간이 짧아 대금 상환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점도 배경이다. SOC 사업은 통상 완공까지 4~5년은 잡아야 하지만 발전소는 빠르면 2년 정도면 마무리된다. 한 시중은행의 투자은행(IB)팀 고위관계자는 “발전소 프로젝트는 정부의 지급보증이 병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대출하고 싶어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의 IB 프로젝트는 연 8%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지만 발전소는 5~6%에도 수주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경쟁 격화로 ‘덤핑’ 입찰 우려도

'발전소 금융' 산업銀 아성에 국민·외환 도전
앞으로 은행 간 경쟁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전력난 때문에 발전설비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30일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전력 예비율을 22%로 끌어올리고 민간투자를 적극 유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들은 발전소 단순 자금조달 역할을 넘어 금융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금리 수준 △차입방법 △자기자본 비율 등의 변수에 맞는 각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발전소 측이 선택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앞서 예로 든 동두천복합화력발전소 입찰 당시 회계법인 금융컨설팅사 로펌 등과 함께 30여명 규모의 금융자문단을 구성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덤핑 입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폭적인 금리인하는 물론이고 담보나 보증 없이 대출해주고 조기 상환수수료를 안 받는 사례가 많아졌다. 한 은행 발전PF팀 관계자는 “과거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규 진출사들은 역마진도 감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