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사막에 벤처회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우주 기술이나 사업으로 돈을 벌고 싶은 회사들이다. 이런 기업이 늘면서 이 지역은 별칭을 얻었다. 일명 ‘모하비 스페이스밸리’다. 휴렛팩커드(HP)의 공동 창업자인 빌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주차장에서 창업해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어냈듯 이들은 모하비에서 우주시대를 개척하려는 또 다른 벤처 열기에 흠뻑 젖어 있다.

○인재, 돈 몰리는 스페이스밸리

스페이스밸리의 대표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엘런 머스크는 작년 말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왕립항공학회에 참석, 15~20년 내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8만명이 거주하는 화성 식민지를 만들어 인류의 새로운 문명 발상지로 삼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화성 식민지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360억달러(약 39조원).

벤처기업에 불과한 이 회사가 이같이 거대한 계획을 꿈꿀 수 있는 것은 자신감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우주 정거장을 만들 재료를 우주로 보내주는 계약을 맺고 지난해 자신들이 개발한 로켓으로 첫 화물을 수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40개의 로켓 발사 계약을 맺으며 화주로부터 4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2004년 첫 민간 유인우주선 ‘스페이스십1’을 만든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세운 버진갤럭틱도 모하비 스페이스밸리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올해 말 우주관광객들을 태우고 지구 밖으로 나갈 스페이스십2의 티켓을 장당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에 팔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이 설립한 스트라토 런치는 우주선을 만들 거대한 설비를 이곳에 세우고 있고, 파이어스타 테크놀로지란 회사는 우주선의 대체연료를 개발하고 있다.

○우주기술은 첨단기술 집합체

이처럼 막대한 자금과 인재들이 스페이스밸리로 몰리는 이유는 우주 관련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주산업 규모는 3000억달러대로 커졌다. 휴대폰, 반도체 시장보다 더 크다. 우주발사체는 부품 20만개가 필요한 기술로 ‘제조업의 총아’로 불린다. 이 때문에 인공위성, 로켓의 부가가치가 자동차의 300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로 창출한 3000여건의 특허 중 1300여건이 상품으로 만들어졌고, 중국이 개발한 1000여종의 신소재 가운데 80%가 우주기술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한국이 2021년까지 독자 기술로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개발하려면 민간 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인공위성, 로켓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제품이 전자기기일 정도로 현재 국내 산업 기반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며 “기업들이 지금 당장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주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주춤거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태훈/김병근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