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커뮤니티시설이 보편화되고 있다.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 단지마다 커뮤니티는 필수항목이 됐다. 시설 종류도 과거엔 놀이터, 경로당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골프장, 사우나, 수영장, 독서실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단지이거나 대기업 브랜드일수록 크고 다양하게 짓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수요자들은 집값 상승에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입주하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잉으로 지어진 시설들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도, 제대로 운영이 안 되는 단지도 허다하다. 공용 시설인 까닭에 관리비 문제로 입주민 간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신도시에 미분양 아파트들이 늘어나면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커뮤니티 시설은 더 증가하고 있다.

◆커뮤니티 활성화 여부에 ‘희비’

커뮤니티시설이 제대로 운영되느냐 여부에 따라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크게 달라진다. 최근 입주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 S아파트는 입주한 지 1년가량 됐고 시세도 분양가보다 높지만 커뮤니티는 아예 운영되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을 비롯해 헬스장, 도서관 등은 문이 잠긴 지 오래다. 내부에는 설비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바로 옆 P아파트는 헬스장과 골프장만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의 책상과 의자는 이리저리 방치돼 있다. S아파트의 주민 김모씨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커뮤니티 운영을 결정하기로 했는데, 회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다 1년이 됐다”고 토로했다.

반면 인근 신안인스빌 아파트의 경우 커뮤니티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는 시공사인 신안건설이 커뮤니티 운영을 전문업체에 위탁했다. 건설사가 한시적으로 위탁 및 운영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어서 가능했다. 운영사인 이추는 피트니스, 골프연습장, GX, 사우나 등 운동 관련 시설을 운영하고 강사섭외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독서실의 보안과 키즈도서관의 도서에 번호표까지도 책임지고 있다. 입주민 이모씨는 “요가와 유아발레 강습을 무료로 받고 있다”며 “커뮤니티와 관련된 개선이나 요구사항에 잘 응해주고 있어 제대로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단지의 입주율은 90%를 넘겼으며, 프리미엄이 3000만~5000만원가량 붙어 있다.

◆커뮤니티시설 활성화 길 열려


지난달 일부 개정된 주택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커뮤니티시설과 관련해 아파트 입주민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외부인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운영관리 등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 외부인 사용이 가능해지면 커뮤니티센터가 활성화되고 입주민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김진영 이추 대표는 “과도한 커뮤니티 시설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사례가 많다”며 “노하우를 갖춘 업체가 운영하면 입주민의 부담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위탁의 모범 사례는 국내 대표적인 커뮤니티 아파트로 자리잡은 서울 반포동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다. 이 단지는 수영장과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 등 약 3300㎡ 규모의 스포츠 시설과 북카페, 독서실, 키즈룸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주변 아파트의 시세를 주도할 정도로 단지 내 커뮤니티에 대한 평가는 좋다.

이곳의 운영은 도곡동 타워팰리스·아크로빌, 해운대 위브더제니스 등 주로 고급 아파트들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타워피엠씨가 맡고 있다. 단순한 커뮤니티 관리가 아니고 보안, 미화, 프로그램 기획, 커뮤니티센터 등 총괄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 하루 이용인원(평균 2500여명)이 단지 가구 수(2440가구)를 웃돌 정도로 인기가 높다. 나형욱 타워피엠씨 실장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가구당 매달 2만원씩에 초과 사용분, 카페, 독서실 등의 이용비를 더해 운영하는 데 쓰고 있다”며 “수선비, 보수비 등의 용도로 충담금을 쌓을 정도로 자금사정이 좋다”고 소개했다.

외부 업체에 위탁할 때는 검증된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소규모나 미분양 단지들이 영세업체와 계약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800가구 이내 중소형 아파트 단지의 경우 외부 위탁업체와 계약하더라도 계약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 때문에 설비의 노후화나 주민의 편의보다는 유지에 급급한 경우가 허다한 게 현실이다. 김 대표는 “법이 개정되면서 미분양이나 입주율이 낮은 아파트라도 외부인 개방을 통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비용 부담도 낮출 수 있다”며 “아파트의 미래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