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충격으로 지난주 국내 증시가 크게 휘청였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증시 주축인 ‘전·차군단(전자+자동차주)’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최소 4~7월까지는 엔저 상황이 추세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철강과 정보기술(IT)에 이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에서도 일본의 역습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엔저 위기가 일시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으면서 엔저 충격의 ‘무풍지대’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엔저 충격을 잠시 줄여줄 완충지대, 방어 ‘우산’을 지닌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가 심하게 진행된 업종과 중국 경기회복에 기댄 중국 관련주를 일단 주목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엔저 공습에 따른 국내 증시가 부진할 땐 펀더멘털은 좋지만 오랫동안 저평가됐던 종목만큼 반등 가능성이 큰 종목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저평가된 업종으로는 대표적으로 은행주가 거론된다. 실적 기반이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데다가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 은행업의 저평가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와우넷 전문가인 이승원 대표는 “최근처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국내 경기 사이클 영향은 큰 반면 외환시장의 영향력이 적은 은행주가 유리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건설주도 새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 기대가 반등에 한몫하고 있다.

일본 때문에 발생한 소나기를 우선 중국이라는 우산을 통해 피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 상하이종합지수가 한 달도 안돼 20% 가까이 상승하는 등 회복세가 두드러지는 데다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각국의 소득증대에 따른 내수주 실적 확대는 되돌릴 수 없는 트렌드”라며 “상당부분 고평가 논란이 있긴 하지만 중국 내수 소비주가 엔저 국면을 돌파할 기대주인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완필 대표도 “중국과 동남아 내수시장의 성장세를 흡수할 수 있는 아시아 내수주가 투자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