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임기 말 대사면의 잘못이 되풀이될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 씨와 최시중 천신일 등 측근들이 1순위로 거론된다. 사면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법치주의에 반(反)하는 초법성을 내포한다. 민주적 지배체제에서 일상화될 수 없는 극히 예외적 조치이다. 사면은 그래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면권이 처음 영국에서 인정됐을 때도 통치권 차원에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정치범에 국한에서 실시토록 했었다. 왕의 권력을 축소 박탈하되 정파를 뛰어넘는 ‘용서할 수 있는 권리’를 대가로 부여했던 것이다. 민주적 법질서가 사면권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되는 원칙은 유럽에 지금도 이어진다. 지난 60년간 독일에서 대사면 조치는 4차례에 불과했다. 프랑스는 비리공직자 등에는 사면을 금지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대통령 취임 때는 물론 광복절 성탄절 등 때마다 특별사면이 행해진다. 1980년 이후 6명의 대통령이 46차례나 남발했다. 잡범부터 권력형 비리를 저지르거나, 국가를 부정한 국가보안법 위반자까지 특별사면의 시혜자는 20만명에 육박한다. 작년 “종북이 아닌 종미가 문제”라며 파문을 일으킨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았다가 노무현 정부 때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기도 했다. 습관적 사면은 이처럼 사법제도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한다고 하니 나도 풀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대통령 측근은 석방되는 마당에 나는 왜 안되냐는 항변이다. 여기에는 화염병을 던져 경찰 1명과 농성자 5명을 숨지게 했던 용산참사의 범인들도 끼어있다. 비열한 거래다. 사면권의 칼날에 찢겨나가는 것은 법치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