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이 내걸리는 막판까지 이명박 정권을 옥죄고 있다. 대통령 친형 이상득 피고인 1심 재판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방향을 튼 옛 동지들이 폐부를 찌르는 불리한 증언을 내놓고 있다. 5년 전 바로 이맘 때 정권창출 특등 공신으로 언론 매체 앞머리를 독차지하며 위세를 떨쳤던 인사들의 반전이 안쓰럽다.

‘저축은행 대폭발의 징후’에 대한 경고가 쏟아진 절박한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의 “문제없다” 합창이 계속되더니 교체 투입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전면에 나선 2011년 새해 벽두부터 긴급수술이 강행됐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의 분탕질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는 폭발했고 대규모 예금이탈로 업계의 동반부실이 확산됐다. 대형사 중심의 영업정지 릴레이가 계속됐고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도 문을 닫는 대마필사(大馬必死)로 결판났다.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 관료 브로커들이 체포됐고 대통령 4촌 처남에 이어 친형과 수행비서까지 얽혀 들었다. 퇴출을 막기 위해 다급히 뿌린 돈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가볍게 생각하고 받은 사람도 많다.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고향인 동해시 북평 출신 공직자에게 뿌린 돈 때문에 후배들이 줄줄이 옷을 벗고 형사법정에 섰다. 2007년 대선판에서 이상득 피고인에게 돈을 넘기면서 저축은행과 상관없는 공기업 인수를 청탁했었다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진술을 통해 업무 관련 대가성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작년 상반기까지 저축은행에 투입된 예금보험공사 자금은 22조5000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 예금잔액 45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저축은행 계정의 대규모 결손으로 인해 은행, 생보사, 손보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 전체를 통산한 예금보험기금 2011년 말 잔액은 4조2000억원 결손상태다. 솔로몬과 미래저축은행 부실이 추가되는 2012년도 결산이 확정되면 결손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금융회사마다 간판으로 내걸고 예금통장마다 고딕체로 인쇄돼 있는 예금보호는 ‘돈 한 푼 없는 빚더미’가 배경인 허풍선이다.

예금보험기금 관리주체인 예금보험위원회는 의안 제목조차 감추고 ‘경영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비공개’라면서 ‘비공개임을 공개’하는 모순적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빈털터리 예금보호장치’를 눈감을 리 없다.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예금보험기금 결손을 신속히 메꿔야 한다. 부실로 정리된 저축은행의 과거 기록을 철저히 살펴 은닉재산을 빠짐없이 찾아내 환수해야 한다.

금융업 실패는 대출이나 투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출처와 투자처를 정밀히 실사하면 숨긴 재산의 일부라도 찾을 수 있다. 범죄인을 은닉한 경우는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하지만 범죄로 얻은 재산을 은닉한 경우에는 별다른 처벌이 없다. 범인은닉은 인간적 동정심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지만 국민의 혈세로 충당할 것을 알면서도 범죄재산을 은닉하는 것은 심각한 반사회적 일탈이다. 저축은행 부실처리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타인을 위해 은닉한 재산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불이행시에는 무거운 형벌에 처해야 한다. 또 1년 정도 기한의 한시적 기구를 설립해 취업준비 중인 법률 및 상경계 졸업생을 임시로 채용해 은닉재산 조사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 청년 3000명을 고용해 1년간 연봉 3000만원을 지급하더라도 인건비 총액은 900억원에 지나지 않으며 22조원이 넘는 저축은행 부실정리자금에 비하면 극히 적은 금액이다.

저축은행 부실 재발을 막으려면 부정한 방식으로 돈을 빼돌려도 숨길 곳이 없음을 확신시켜야 한다. 미국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에 투입한 막대한 공적자금을 전액 회수한 것도 금융회사 돈은 빼돌려도 감출 구멍이 없다는 인식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추가부실을 막을 수 있도록 저축은행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는 동시에 경영진의 불법행위는 반드시 찾아내 모든 이득을 회수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부실 저축은행 은닉재산의 철저한 추적은 금융시스템 법치주의를 정착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객원논설위원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