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 과정에서 지도력에 상처를 입은 존 베이너 하원 의장(사진)이 3일(현지시간) 출범한 제113대 미국 하원 의장에 재선됐다. 베이너 의장은 이날 개원식에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의장 자리를 놓고 표결을 거친 끝에 220명의 지지를 받아 32표 차이로 의장 자리를 지켰다.

이번 투표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베이너 의장에게 등을 돌렸다. 하원 의원 435명 중 공화당 소속은 233명이지만 재정절벽 차단법에 따른 부자 증세에 반대하는 보수 강경 세력인 티파티 계열 등 13명은 이탈했다.

베이너 의장은 재정절벽 협상 때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을 상대로 한 부자 증세안을 포함한 ‘플랜B’를 추진했다가 당 내부의 반발로 표결에 부치지조차 못한 채 상원에 협상 주도권을 내줬다. 상원 합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당 에릭 캔터 원내대표와 반대편에 서는 등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이너 의장은 수락 연설에서 “정부가 너무 많은 빚을 쌓아놨고 경제 또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해 ‘아메리칸 드림’이 위험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새로 출범한 의회는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 재정적자 감축 방안 등 민주·공화 양당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난제들을 떠안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부채 한도를 가급적 빨리 높이려고 하고, 공화당은 정부 지출을 크게 삭감하려고 벼르고 있는 만큼 한동안 이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불가피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