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민생예산 증액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및 세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경기 침체가 가속화됨에 따라 적자 재정을 편성해서라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통합당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하지 않고 국채부터 찍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예산 6조’ 내용은

‘박근혜 예산 6조원’은 대선 전부터 새누리당이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들이다. 박 당선인이 약속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서민 일자리 지원 사업에 필요한 4조2732억원, 만 0~5세 무상보육 등 총선 공약 시행을 위한 1조5985억원을 합해 5조8717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만 0~5세 보육 지원(양육수당 포함)을 위해 7351억원이, 청년 노인 여성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일자리를 지원하는 데 5000억원이 든다. 대학등록금 부담 및 학자금 대출 이자 인하를 위해서는 1831억원을 책정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1조290억원이, 월 130만원 이하를 버는 저임금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지원을 확대하는 데 1468억원이 필요하다. 지역공동체 일자리 5만5000개를 늘리는 데 1549억원이, 일자리 나누기 사업에 1880억원이 들어간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있다. 세일앤드리스백(국민주택기금 등이 차입자의 주택 매입 후 재임대) 사업을 위해 3000억원이, 서민 월세·전세자금 보증을 위해 93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새누리당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전국 200개 뉴타운 해제 지역 주거 개선을 위해서는 3000억원을, 38만개의 저소득 계층 노후 불량주택 개선을 위해서는 5679억원을 책정해 놓고 있다.


◆민주 “부자증세 먼저해야”

새누리당은 정부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342조5000억원) 중 2조원 정도를 삭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예결위에서 삭감한 예산 규모는 1조7000억원이다.

여기에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 등을 적극 활용, 세원을 발굴하면 1조원 정도를 더 거둘 수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결국 박근혜 예산 6조원 마련을 위해 국채 2조~3조원을 발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채 발행을 하기 전에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세입으로 우리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 인천공항공사를 민영화했을 시 수입 8조원이 잡혀 있다”며 “현재 감액된 1조7000억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10조원의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예결위에서 돈이 모자라니 기재위에서 돈을 만들어오라고 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부자 감세를 철회하는 경제민주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반발로 재정위와 예결위의 안건 심사가 난항을 거듭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여야가 시한으로 설정해 놓은 28일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태훈/허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