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는 주택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해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이명박 정부는 10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수도권 주택 거래량은 2006년 이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로써 부동산중개업계, 건축물 보수업계 등 주택부동산 유통 관련업계 종사자 1000여만명의 생계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샀다가 대출이자와 빚에 짓눌려 힘겹게 살아가는 하우스푸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우스푸어에 대한 해법은 기본적으로 주택거래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직접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하우스푸어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을 경감해줄 수 있는 금리 조정, 만기 연장 등 상환 부담 최소화를 위한 조치가 절실하다. 근로자서민주택자금 지원대상의 확대나 주택담보대출 소득공제 요건완화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시장 과열때 도입한 규제 재검토…다주택자 양도세 重課는 폐지를

중장기적으로는 과도한 규제의 조속한 정비, 부동산세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등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취득세 감면 및 기간연장은 조속히 결정돼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이른 시일 내에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과 유예를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1996년 1월 이후 처음으로 3만가구를 넘어서는 등 적체가 심화되고 있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양도세 감면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분양가상한제의 탄력 적용이나 임대용 주택의 공급 활성화 등을 통한 공급제도의 근본적 변화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도 지나칠 수 없다. 현재 상위 100대 건설사 중 54개 상장사의 PF 지급보증 잔액이 38조원을 넘는다. 시장 침체로 금융비용만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PF 지급보증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건설산업 및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하도급자재장비업자 등 연관산업의 동반부실마저 우려된다.

과거 부동산 PF로 고수익을 향유했던 금융권이 수익자부담원칙에 입각해 미착공 PF 부실사업장 처리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권이 부실 PF 사업장 해결을 위해 유암코에 대한 출자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산업 활성화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 30여년간 건설산업의 국내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상당했다. 아직도 7만여개 건설업체에 180만명의 근로자가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건설산업은 연간 185조원의 시설물을 생산하는 국가의 핵심 산업이다. 건축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전후방 관련산업의 파급효과도 크다. 주택·부동산 거래서비스 등 유통분야까지 감안하면 그 비중이 더욱 확대된다.

건설산업이 위축되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연관된 중소기업들의 상황도 어려워진다. 특히 건설산업은 중서민층의 일자리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 영향은 상위계층보다 중하위계층에 더 크게 미친다.

일자리의 경우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면서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바람직하다. 그렇게 되려면 건설생산 구조나 부가가치 창출 등에서 건설산업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미국·유럽이 아닌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본유입이 자유로운 한국 경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류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한국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을 경제·사회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도시의 역량확대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주거복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주거복지의 과제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전 국민이 ‘복지’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열망하지만 건설산업은 복지나 성장을 위해 줄이고 축소해야 할 대상으로만 낙인찍히고 있다.

복지 부문을 살펴보자. 복지에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복지서비스나 경제적 지원만 있는 게 아니다. 국민 전체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광의의 복지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부터 건설된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생활환경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은 이제 양적으로는 크게 늘어났다. 신규투자 수요는 확실히 감소한 것이 맞다.

문제는 이런 시설들이 노후화돼 성능이 크게 뒤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급변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해 각종 사고나 재난을 유발하기도 하고, 자원 낭비를 초래해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국민들의 안전을 저해하고 있다. SOC에 대한 성능개선이나 유지관리 등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높여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주거·SOC 투자도 복지와 직결…건설 예산 무조건 축소 안될 말

아직도 최저주거 수준에 미달하는 가구가 전국적으로 10.6%에 달한다. 지진이나 자연재해는 물론 폭염과 폭한으로 인해 안정성을 위협받는 주택도 많다. 물리적인 안정 없이 어찌 복지를 논할 수 있겠는가.

복지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공간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기존 공공시설의 용도전환이나 새로운 기능 부여, 성능향상 등도 새롭게 부여된 건설산업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건설관련 예산을 줄이고 이를 복지예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이상한 ‘셈법’을 주장하면서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비전을 가로막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도 마찬가지다. 건설산업은 과거 굴뚝산업이 아닌 최첨단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텔리전트 빌딩이나 녹색건설, 헬스시티, 지하공간 개발, 관광산업에 이르기까지 미래사회 구현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서 건설산업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과 융합된 새로운 인프라와 건축물들은 국민생활에 더 많은 편익을 주게 되며 사용자 비용을 절감시킨다.

건설산업은 결코 우리 경제에 해를 끼치거나 수명을 다한 사양산업이 아니다. 새 정부는 건설산업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