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바이올린은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악기다. 고음에서 소름끼칠 정도의 현란한 기교를 부리다가도 고상하고 지적인 음색으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연주자의 미모까지 더하면 음악회의 감동과 집중력은 두 배가 된다. 미모와 실력을 다 갖춘 ‘클래식 미녀군단’이 내년 줄줄이 한국을 찾는다.

◆갸냘픈 외모에 강렬한 ‘반전 타건’

프랑스의 ‘팔색조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41)는 내년 1월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년 만에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아름다운 외모에 감춰진 강력한 타건과 대담한 연주 스타일로 베토벤, 슈만, 라흐마니노프, 라벨, 거슈인 등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섭렵했다. 두 권의 책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는 1999년 뉴욕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늑대에게 위로를 받고 늑대보호센터를 설립한 특이한 이력도 갖고 있다.

2002년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연주자가 된 뒤 세계적인 스타 연주자로 자리잡았다. 이번 공연에서 2010년 음반 ‘레조낭스’ 수록곡을 모두 들려준다.

포르투갈이 사랑하는 최고의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68)도 1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지휘하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다. 내년 2월28일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 3월1일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7세 때 데뷔한 이후 모차르트, 슈만, 쇼팽, 베토벤 등 고전 레퍼토리에 집중해온 그는 심장 수술을 받은 뒤 제2의 음악 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원숙하고 명징한 음의 모차르트를 들을 좋은 기회다.

중국계 피아니스트 유자 왕(25)은 내년 6월29~30일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처음 한국 관객을 만난다. 샤를르 뒤트아 지휘의 로열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랑랑, 윤디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다.

◆독일 바이올린 여제들의 대결

영원한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 소피 무터(49)와 그가 선택한 15명의 연주자는 ‘안네 소피 무터&무터 비르투오지’라는 타이틀로 내년 6월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는다.

지난해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을 맞은 무터는 유럽 11개 도시 투어를 마치고 내년 봄부터 아시아 관객을 만난다. 실내악의 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곡들을 선보인다. 세바스찬 커리어의 ‘벨소리 변주곡’, 펠릭스 멘델스존의 ‘현을 위한 8중주’,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사계’ 등을 연주한다.

힐러리 한, 재닌 얀센 등과 더불어 독일 최정상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율리아 피셔(29)도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내년 10월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레스덴필하모닉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명장 쿠르트 잔데를링의 아들 미하엘 잔데를링의 첫 내한 지휘다. 팬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도 자주 소통하는 피셔는 2008년 피아니스트로 데뷔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재능을 뽐내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