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녀:우와~누가 여기에 이런 고급차를 세워놨어? 새까맣게 선팅이 돼 있어 안이 보이지도 않네.

▷차통령:도둑이야~도둑이야~!

▷까칠녀:어디, 어디요?

▷차통령:너, 너말이야. 지금 위성통신장치랑 최루탄 발사기, 소총까지 훔쳐가려고 했잖아!

▷까칠녀:말도 안돼. 차에 그런게 왜 있어요? 전 그냥 거울 좀 보려고 했다고요.

▷차통령:그거 거울 아니야. 방탄유리야. 특수 섬유 유리를 고도의 기술로 겹겹이 붙여서 만들었다고. 웬만한 총탄은 다 튕겨내지. 비춰보면 형상이 일그러져 보일 텐데.

수류탄에도 끄떡없는 달리는 '첨단 요새'…펑크나도 100㎞ 거뜬

▷까칠녀:어쩐지 얼굴이 이상해 보이더라. 그런데 우리나라는 총기 사용 금지거든요. 방탄유리가 왜 필요해요?

▷차통령:궁금해요? 궁금하면 10억원.

▷까칠녀:왜 10억원이에요?

▷차통령:이 차값이 그 정도 되거든. 차를 주문하면 제작하는데 6개월, 배송까지 더해 9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까칠녀:그렇게 비싸요? 그냥 고급차 같구만.

▷차통령:그냥 차라니! 대통령을 모시는 의전용 방탄차한테. 됐고, 얼른 사과하세요.

▷까칠녀:미안합니다~.

수류탄에도 끄떡없는 달리는 '첨단 요새'…펑크나도 100㎞ 거뜬

▷차통령:이 성의없는 말투는 뭐지? 겉보기엔 똑같아 보여도 방탄차는 달리는 ‘요새’라고. 차체는 고강도 철, 티타늄, 특수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었지. 중기관총 탄환도 뚫을 수 없도록 말이지. 화염병을 던져도 끄떡 없도록 방염 처리도 하고 차량 밑바닥도 지뢰나 수류탄 같은 폭발물이 터져도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작했지. 세라믹 문짝은 최고 안전등급에 맞도록 강화된 잠금 장치가 있어서 밖에서 쉽게 열지 못해. 폭발물 탐지 기능도 있다니까.

▷까칠녀:아~TV에서 본 것 같아요.

▷차통령:평상시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동할 때 타는 차는 BMW ‘760Li 하이 시큐리티’랑 메르세데스 벤츠 ‘S600 풀만 가드’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벤츠가 제공됐지. BMW는 가격이 8억원 정도인데 국내에 10대가량 수입됐어. 달랑 한 대만 길거리에 돌아다니면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에 똑같은 차를 3~4대 구입해서 줄지어 이동하지. 어느 차에 대통령이 탑승했는지 모르도록 말이야.

▷까칠녀:영화 같네요. 다른 나라는요?

▷차통령:대부분 자국 브랜드 차를 타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전차인 ‘캐딜락 원’은 미국에서도 유명인사야. ‘오바마 모빌’이나 ‘야수(beast)’라는 별명으로 불리지. 대통령의 생명이 위험할 때 수혈에 필요한 혈액까지 싣고 다닌대. 야성미가 느껴지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우디 ‘A8L 시큐리티’를 선택했어. 한동안 ‘벤츠의 굴욕’이라는 얘기가 나왔지. 위급상황 때 차문이 날아가는 비상탈출 시스템과 4륜 구동인 콰트로 방식으로 달리는 게 마음에 들었다나 뭐라나.

▷까칠녀:국산차는 없어요?

▷차통령:현대자동차가 2009년 9월 대통령 경호처에 에쿠스 방탄차 3대를 기증했어. 이명박 대통령이 최초의 국산 방탄차를 탄 셈이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각국 정상들에게 에쿠스를 의전차량으로 제공했는데 못 미더웠는지 대부분 본인의 차를 비행기로 공수해오더라고. 방탄차 제작 경력이 짧은데다 일반 모델을 개조한 것이어서 경쟁사에 비해 첨단기능이나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하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현대차 에쿠스 방탄차를 탄다고 하니까 인지도가 높아지겠지.

▷까칠녀:한번만 타보면 안돼요?

▷차통령:조수석에 살짝 앉아봐.

▷까칠녀:버튼이 왜 이렇게 많아요? 비행기 조종석 같다.

▷차통령:이건 화학가스 공격에 대비한 산소 공급기 버튼이야. 산소 마사지를 받을 수 있지. 이건 청와대로 연결되는 위성전화. 함부로 누르지마! 도청장치가 있다고. 이 정도 보여줬으니 빨리 내려.

▷까칠녀:에잇, 치사해. 더러워서 안 탄다!

▷차통령:충분히 안 탈 수 있었을 텐데.

▷까칠녀:타이어에 펑크나 내야겠다.

▷차통령:소용없을 걸. 런 플랫 타이어라 공기가 빠져도 시속 80㎞로 100㎞는 거뜬히 달린다고. 타이어 휠에 붙은 탄성이 강한 실리콘이 기본 형태를 유지해주거든. 나 이래봬도 차통령이야!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