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충청, 50대.’

18대 대선의 승패를 가른 3대 핵심 변수들이다. 이번 대선은 여러모로 역대 선거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예상을 깬 75.8%의 높은 투표율에도 여당 후보가 승리했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고, 여당에 불리하다’는 정치권의 속설이 깨진 것이다.

보수층의 결집강도가 진보층보다 훨씬 강했다는 얘기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50대 유권자의 투표열기가 가장 뜨거웠다. 20대와 30대 투표율이 각각 65%, 72.5%로 전국 평균을 밑돈 반면 50대는 89.9%로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도 78.7%로 평균보다 높았다. 40대는 78.7%를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040세대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크게 뒤졌지만 50대 이상의 압도적 지지로 이를 상쇄했다. 특히 50대에서는 62.5%의 지지율을 얻어 37.4%에 그친 문 후보를 압도했다. 전체 유권자 중 40대 이하 비중이 60%, 50대 이상이 40%이지만 50대 이상의 높은 투표참여가 이를 만회한 것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90%에 육박한 50대 투표율은 여론조사 기관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치”라며 “50대가 사실상 당락을 갈랐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충청의 표심이 결정적이었다. 박 당선인은 서울·경기·인천에서 문 후보와의 격차를 0.5% 이내(6만표)로 좁히며 선전했다. 서울에서는 20만표가량 뒤졌지만 경기와 인천에서 각각 8만, 6만표 앞섰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범보수진영은 수도권에서 46%의 득표율에 그쳐 범진보진영의 49%에 3%포인트가량 뒤졌다.

그렇지만 진검승부가 펼쳐진 이번 대선에서는 수도권 표 차이를 줄인 게 승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거꾸로 문 후보에게는 수도권의 저조한 성적이 결정적 패인이다. 2002년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에게 수도권에서 72만표로 앞섰다. 특히 박 당선인이 수도권 가운데 출구조사에서 열세가 예상됐던 인천에서 3.5%포인트 앞선 결과가 나왔다. 인천 표심의 변화에는 충청에서 불어온 바람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천 유권자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충청 출향민들이 충남·북에서 불어온 ‘박근혜 바람’의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다.

실제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남·북에서 박 당선인은 각각 14%포인트, 13%포인트 앞서며 압승을 거뒀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와 이인제 의원 등 충청 출신 정치인들을 영입, 보수 이탈표를 최소화한 선거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