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청(USPTO)이 애플의 핵심 특허 가운데 하나인 ‘핀치 투 줌’ 특허(915 특허)를 무효화했다. 이 특허는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기능과 관련된 것으로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서 배심원들이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한 6개 특허 가운데 하나다.

이에 앞서 미국 특허청은 10월에도 ‘바운스 백’ 특허에 대해 잠정 무효 판정을 내렸다.

◆미 특허청, “선행기술 있다”

20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시넷과 법률 전문 사이트 그로클로 등에 따르면 미 특허청은 지난 19일 애플의 핀치 투 줌 특허와 관련한 청구항 21개에 대해 모두 거절 결정을 내렸다. 특허청은 미국과 일본 등에 있는 다른 특허를 선행기술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특허청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번복 가능성은 낮다.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은 8월 배심원 평결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 갤럭시S2 등 21개 제품이 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터치스크린 제품 중 상당수가 핀치 투 줌 기능을 이미 쓰고 있다는 점을 들어 평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청의 판정 직후 루시 고 새너제이법원 담당판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배심원 평결에 대한 당사의 재심사 요청이 적절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1건도 무효 가능성

미국 특허청의 이번 결정으로 배심원들이 침해 평결을 내린 애플의 3개 상용특허 가운데 2개가 무효화됐다. 10월 특허청은 ‘스티브 잡스 특허’로 불렸던 ‘바운스 백’ 특허를 무효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특허는 사진, 웹페이지 등에서 스크롤을 끝까지 내렸을 때 화면 끝부분이 튕겨져 나와 마지막임을 알리는 기능과 관련된 것이다. 삼성전자 21개 제품이 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평결을 받았다.

나머지 1개 상용특허인 ‘탭 투 줌’ 특허(163 특허)도 효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루시 고 판사는 지난 7일 최종 심리에서 애플의 탭 투 줌 특허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탭 투 줌 특허에 대한 삼성의 논증에 설득력이 있다”며 애플 측에 “이 특허가 모호하지 않은지 보여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탭 투 줌 특허까지 무효 판정을 받는다면 미국 특허소송에서 애플이 주장한 상용특허는 모두 효력을 잃게 된다. 배심원들이 침해를 인정한 나머지 특허는 아이폰 외관이나 홈스크린과 관련된 디자인 특허들뿐이다.

◆배상액 줄어들 듯

애플 특허가 잇따라 무효화됨에 따라 배심원들이 평결한 10억5000만달러 손해배상액도 최종 판결에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법원은 17일 애플이 삼성전자에 제기한 영구 판매 금지 요청과 삼성전자의 재심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을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애플은 8월 심리 때 특허침해 대가로 바운스백 특허에 대해 대당 2.02달러, 핀치 투 줌 특허 3.1달러, 탭 투 줌 특허에는 2달러를 내라고 삼성전자에 요구했다. 모두 합치면 대당 7.12달러다. 애플이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요구한 금액(대당 24달러)에 비해서는 적은 액수여서 배상액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