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의 세탁기 미국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 상무부 국제무역국(ITA)은 20일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이 한국에서 만든 세탁기에 대해 각각 9.29%, 13.02%, 82.4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정부 보조금에 따른 상계관세도 각각 1.85%, 0.01%, 72.30%를 매겼다. 이들이 멕시코에서 만든 세탁기에 대해선 36.52~72.41%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월풀이 지난해 말 반덤핑 혐의로 삼성·LG전자 등을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월풀은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급부상하자 위기감을 느껴 이들 업체를 반덤핑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티븐슨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미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월풀이 19%로 1위지만 프리미엄급인 드럼세탁기 시장에선 LG전자가 1위(23%), 삼성전자가 2위(14.5%)며 월풀은 13.2%로 3위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과 7월 반덤핑 혐의를 인정한 예비판정에 이어 이번에 최종 판정을 내렸다. 반덤핑 관세는 내년 1월 중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미국 내 산업 피해가 있다는 판정이 나오면 최종 확정된다. 만약 10% 이상 관세를 부담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으로 예정된 ITC 최종 판결에서 무혐의가 나올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생산 라인은 철수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

월풀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LG전자의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에 대해서도 제소했다. 미 상무부는 작년 10월 예비판정에 이어 지난 3월 최종 판정에서도 덤핑을 인정했지만 ITC가 4월 최종 판결에서 미국 내 산업 피해가 없다며 기각했다.

미국 언론은 이날 발표된 반덤핑 관세 규모가 약 1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풀은 이날 “오늘 결정은 미국 가전업계에 중요한 승리”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