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광유리는 식기용 유리밀폐용기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다. ‘글라스락’이란 브랜드로 더 친숙한 삼광유리는 주로 대형 백화점과 마트 등의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어느 집에서나 냉장고 문을 열면 밀폐용기가 차곡차곡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종 반찬이나 음식 재료, 주전부리 등을 밀폐용기에 담아 조금씩 꺼내 먹는 게 보편화됐다.

생활습관과 음식문화가 바뀌면서 밀폐용기는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생활 필수품이 된 셈이다. 밀폐용기가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매출을 발생시키는 이유다.

삼광유리의 유리밀폐용기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보다 세척이 쉽고, 위생적이어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왔다. 대대적인 마케팅이 없어도 소비자들의 자발적 구매가 이어졌다. 제품이 상대적으로 무겁고 온도에 민감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입소문에 힘입어 판매 급증

삼광유리는 원래 유리병을 만드는 회사였다. 2005년 가정에서 반찬 용기로 쓸 수 있는 유리밀폐용기를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 회사가 밀폐용기 시장에 진입할 당시에는 경쟁사의 플라스틱 밀폐용기가 대부분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환경호르몬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유리밀폐용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유리의 특성상 설거지가 쉽고 음식물 보존 능력도 탁월하다는 점도 부각되며 수요가 급증했다. 삼광유리의 유리밀폐용기 매출은 2005년 163억원에서 작년 947억원으로 5.8배 뛰었다.

삼광유리는 TV 광고를 하지 않았다. 유리밀폐용기가 각광받은 것은 마케팅을 잘해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써본 뒤 높은 만족감을 보인 결과다. 한번 사용해본 소비자들이 재구매에 나섰다. 입에서 입으로 유리밀폐용기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전해지며 주부들 사이에서 삼광유리 제품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유리밀폐용기가 나오기 전까지 상당수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불만을 나타냈다.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김치 등 양념이 강한 음식을 보관하면 용기의 투명도가 점점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설거지를 할 때는 기름기 제거도 어렵다.

반면 유리밀폐용기는 유리의 특성상 투명도를 늘 유지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플라스틱 밀폐용기의 단점을 크게 보완한 제품으로 인식됐다. 소재의 차이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한 것이다. 삼광유리의 유리밀폐용기는 마케팅의 성공이 아니라 실생활의 경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수요가 확대됐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국내 시장은 ‘성숙기’

국내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삼광유리 유리밀폐용기의 성장성이 크다고 보긴 힘들다. 신규 수요보다는 대체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유통망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시장 비중이 절대적이다. 유리밀폐용기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완전 대체하기도 힘들 전망이다. 유리는 플라스틱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가 더 나간다. 김치와 같은 대용량 용기가 필요한 곳에는 적합하지 않다. 무겁다는 것은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소풍이나 캠핑 등 야외활동 시에도 한계를 드러낸다.

유리밀폐용기는 온도와 충격에도 민감하다. 플라스틱 밀폐용기와 달리 냉동 보관이 어렵고, 일정 온도 이상에서는 깨질 염려도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파손되기 십상이다. 깨질 경우에는 파편에 의한 부상 위험도 있다.

○해외에서 성장동력 찾아야

해외에서도 유리밀폐용기의 장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다. 플라스틱 밀폐용기가 시장을 장악한 개발도상국에서 유리밀폐용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우리와 비슷한 식생활 문화를 가진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도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중국에 수출되는 ‘글라스락’ 매출은 2010년 50억원에서 작년 15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중국 수출만 약 2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내년 중국 수출액은 35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북미 지역에서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형 유통망을 통한 판로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삼광유리의 유리밀폐용기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북미 선진시장에서 모두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시장의 성장 둔화를 얼마나 극복해낼지 주목된다.

정홍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hongsik@ha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