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광란에 빠져 있다고 한다.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연일 대규모 군중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김정은의 지도로 김정일의 유훈이 관철됐다는 대규모 선전전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김정은이 친필로 발사명령을 내리고 위성 관제센터에서 지휘하는 듯한 사진을 공개했다. 17일로 최고 지도자에 오른 지 1년이 되는 김정은과 미사일 발사 성공을 묶은 ‘축하 이벤트’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미사일 발사 성공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다. 그는 불안한 정권 지키기로 지난 1년을 다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 장례식 때 운구차를 호위한 군부 4인방을 숙청하고 내각 10명을 교체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좌불안석의 모습이었다. “새로운 경제관리 방법을 모색하라”는 그의 지시에 따라 자본주의적 농업도입을 주장했던 경제학자는 곧바로 반동분자로 처단되고 말았다. 정책의 비전이나 철학을 갖지 못하고 정신적으로도 불안한 ‘철부지 지도자’인 것이 입증됐을 뿐이다.

물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광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4월 1차 미사일 발사 때 외신 기자 70여명을 불러들인 것이나 부인 리설주를 공식석상에 등장시키는 파격도 있었다. 미국 영화 ‘록키’ 주제가와 미키마우스, 짧은 치마를 입은 무희들의 색정적 춤이 등장하는 음악회를 관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연출된 장면들은 권력 불안을 감추는 역설적 장면들에 불과했다.

28살의 김정은은 요즘에도 하루에 몇 차례씩 “반동분자를 찾아내라”고 소리친다고 한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놓치지 말라는 것이라니 낮말과 밤말을 두려워해야 할 지경이 되고 말았다. 권력이 불안할수록 도발의 유혹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미사일 발사 성공의 도취감은 핵실험 강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 주민의 목숨을 담보로 무모한 군사적 도박을 벌이는 것은 김정일과 전혀 다르지 않다. 김정은이 더이상 상황을 오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할 필요성도 더욱 높아졌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인근국들과의 협조체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