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팀 = 세계적인 경기 둔화 속 증시 침체로 증권업계가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내년에도 주식시장이 크게 활력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증권사마다 수익성 개선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대형사들은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부문 강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중소형사들도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아웃도어 세일즈' 등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차별화와 전문화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VVIP 고객을 잡아라"…자산관리사업 강화
대형 증권사들은 불황기에도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있는 초고액자산가 유치에 적극적이다.

자산관리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에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는 14만2천명으로, 전년에 비해 8.9%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가진 금융자산은 약 318조원으로 1인당 평균 22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된다.

불황으로 서민들의 경제력은 갈수록 떨어지지만 이들의 자산 규모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증권가는 이들 `슈퍼 리치'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셈이다.

삼성증권은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초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SNI본부'를 신설했다.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우증권 등도 자산관리(WM) 부문 강화를 내년 주요 목표에 포함시켰다.

금융자산 서비스는 물론 부동산, 세무, 상속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을 통한 `VVIP' 잡기 경쟁도 뜨겁다.

대형사들은 초고액자산가 유치가 IB(종합금융투자사업자)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무산으로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에 제동이 걸렸지만 개정안이 다시 논의되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자산관리 역량강화로 강한 국내판매망을 만들 수 있어 외국계 증권사가 갖지 못한 독보적인 IB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른자위 시장'을 잡기 위해 최근에는 중소형사들도 PB(프라이빗뱅크)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고액자산가가 아니어도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대중화'로 승부한다.

동양증권은 대중적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한화투자증권은 고객의 자산규모와 상관없이 PB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로 고각시켰다.

NH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등도 자산관리 사업 활성화 계획을 밝혔다.

◇ `영업점 내실화'에 주력…온라인ㆍ해외투자 상품도 개발
영업점과 온라인 영업의 내실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을 원하는 개인들의 재테크 욕구를 충족시켜 수익성 악화의 고리를 끊어보겠다는 전략이다.

영업점 강화는 지점 통합을 통한 `대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올해 하반기에 32개의 지점을 20개로 통합했고 대신증권도 11개의 지점을 대형화했다.

지점 대형화는 지점 방문 고객이 줄고 온라인 고객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는 동시에 아웃도어(Outdoor)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과 맞닿아있다.

지점에는 방문 고객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상주하고 나머지 영업인력들은 고객을 직접 찾아 나서겠다는 뜻이다.

영업의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 등을 한 곳에 모은 `BWB(브랜치 위드 브랜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곳도 있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민은행 PB센터와 연계해 자산관리를 강화하고 은행에서 팔지 않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위주로 고객들을 유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권유대행인을 활용해 고객 접촉 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증권사들도 있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현재 조직을 늘리기보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자격을 부여한 투자권유대행인 모집을 확대해 고객 발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자서명제 시행으로 고객이 증권사를 찾아가지 않아도 주식 계좌 개설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중소형사들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증권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몽골, 터키,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상품과 선진국 부동산 투자상품을 내년에 출시하고, 메리츠종금증권은 종합금융 면허증을 이용해 부실채권(NPL), 현물, 파생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증권사 특화ㆍ수익 다변화 기회 삼아야"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회사별 특성에 맞는 특성화로 수익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0여개 증권사들이 그동안 리테일(소매)에 의존해왔지만 지금부터라도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불황 속에서 자구책으로 비용절감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기가 더 악화되면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연태훈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세계적 IB조차도 본인들이 다른 곳보다 더 잘하는 영역이 있는데 국내 증권사들은 다 같은 것을 하고 있다"라며 "산업 측면에서나 상품 측면에서나 특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를 바꿔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다"라며 "이번 기회에 꼭 리테일 위주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금융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만큼 증권사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인수합병(M&A)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모든 증권사가 모두 똑같은 비즈니스를 다 같이 안고 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라며 "특화와 전문화를 추구해야 하고 M&A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비용의 효율성을 크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성장을 하면 증권업의 수익이 크게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라며 "기존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거나 자본시장을 키우는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