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가벼워진 수도권 소형 아파트…전셋값 오르고 매매가 떨어져
내년 초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모씨(34)는 최근 신혼집 전세를 알아보다 소형 아파트(경기 안양 관양동)를 아예 매입했다. 전셋값과 매매가격 차이가 400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아파트값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향후 경기가 좋아지면 시세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주택시장 거래부진과 전셋값 고공행진이 장기화되는 바람에 집값과 전셋값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현재 6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 지연으로 당분간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입자들은 내 집 마련을 검토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관악·중랑·성북 ‘가벼운 소형’

몸값 가벼워진 수도권 소형 아파트…전셋값 오르고 매매가 떨어져
서울에서는 소형 아파트가 많은 관악·중랑·성북구 일대가 매매가격과 전셋값 격차가 적은 지역으로 꼽힌다. 봉천동 ‘관악 푸르지오’ 59㎡(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전세시세가 2억3000만원인데 매도호가가 2억9000만원에 형성됐다. 전세가율이 79%로 전셋값에 6000만원만 보태면 매입이 가능하다.

봉천동 ‘관악 현대’와 ‘낙성대 현대1차’ 등도 매매·전셋값 차이가 1억원에 못 미친다.

면목동 성원아파트 59㎡도 매매·전셋값이 각각 2억6000만원과 1억8000만원(전세가율 69%)이다. 8000만원만 더하면 구입할 수 있다. 전세 재계약시점이 돌아온 세입자들이 일부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강북 교육 1번지’로 꼽히는 노원구 일대도 전세가율이 70%를 넘는 소형 아파트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중계동 S공인 대표는 “매매가는 3년째 4억원 초반에 묶여 있는데 전셋값은 3억6000만~3억7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자녀들 교육 때문에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들의 일부는 매매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평촌·분당도 4000만원 보태면 내 집

서울보다 집값 하락폭이 컸던 평촌·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는 매매와 전세가격 격차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서울지하철 4호선 평촌·범계역이 가까운 안양 관양동 ‘한가람 신라’ 38㎡형은 매매가와 전세가가 각각 1억5000만원과 1억1000만원이다. 가격 차이가 4000만원 수준이다. 전셋값이 1억2000만원 선인 분당 수내동 ‘양지 한양’ 35㎡도 매매가격이 1억6000만~1억9000만원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매매와 전세가격 차이가 현저하게 줄어든 소형 아파트들은 앞으로 거래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이들 매수세가 대형과 미분양주택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전세가율이 77.7%에 달하는 광주에서는 전세가격이 오히려 매매가격보다 비싼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1억1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된 금호동 중흥 59㎡는 같은 달 8900만원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2000만원가량 비싼 셈이다. 실수요자가 꺼려하는 1층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이란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김보형/정소람/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