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존 허(22·한국명 허찬수)가 미국 PGA투어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다고 투어 사무국이 5일(한국시간) 발표했다. 1990년 PGA투어 올해의 신인상이 제정된 이래 아시아계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존 허가 처음이다.

존 허는 찰리 벨잔, 버드 컬리, 테드 포터 주니어(이상 미국), 요나스 블릭스트(스웨덴)와 신인왕을 놓고 경쟁했다. 올 시즌 15차례 이상 출전한 회원들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득표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존 허는 2월 마야코바클래식에서 로버트 앨런비(호주)와 8차 연장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하는 등 ‘톱10’에 네 차례 들며 시즌 상금 269만2113달러를 벌어 상금 순위 28위에 올랐다.

199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카고로 떠났다. 국내 무대에서 뛴 것은 2009년부터다.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골프백을 들고 지하철로 이동하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

아버지 허옥식 씨(60)가 캐디백을 메고 대회에 나갔다가 어이없는 벌타를 받고 우승경쟁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2009년 삼성베네스트오픈 마지막날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해 카트를 탔다가 2벌타를 받아 공동 12위로 밀렸다. 2010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땐 이처럼 고생한 가족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지난해 말 퀄리파잉스쿨에서도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마지막 홀에서 두 번째 샷을 물에 빠트리며 공동 27위로 떨어져 25명까지 주어지는 투어 카드를 놓쳤다가 상위 입상자 중 두 명이 이미 투어 카드를 확보하고 있어 극적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100% 도움이 됐고 거기에서 배운 것을 올해 현명하게 활용했다. 한국인으로서 신인상을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또 미국 무대에서 함께 활약하는 ‘코리안 브러더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그는 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로서 길을 개척한 최경주와 양용은에 대해 “PGA투어에서 무척 경기를 잘했고 우승도 하면서 아시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줬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연습라운드에서 케빈 나와 자주 함께 쳤는데 많이 도와줘 고마웠다. 나에게 다가와서 물어보는 선수가 있다면 나도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PGA투어 올해의 선수에는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가 선정됐다. 세계 랭킹 1위 매킬로이는 올해 PGA투어에서 4승을 거뒀고 평균 타수(68.87타)와 상금(804만7952달러) 1위에 올랐다.

1997년 22세에 PGA투어 올해의 선수가 된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두 번째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유럽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2008년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2011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에 이어 매킬로이가 세 번째다. 올해의 선수 후보로는 매킬로이와 우즈를 비롯해 제이슨 더프너, 브랜트 스니데커, 버바 왓슨(이상 미국)이 올랐다.

매킬로이는 수상 후 “함께 경쟁했던 동료로부터 인정받는 것은 언제나 기쁘다”며 “올 시즌 좋은 선수들이 많았는데, 그들을 모두 제치고 상을 탈 수 있어 기분이 매우 좋다”고 기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