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로 종편 방송 1년을 맞는다. 그동안 종편은 ‘시청률 0%대 방송’으로 철저한 외면을 받아왔다. 정부 광고를 배정받는 특혜에도 불구, 대규모 적자로 인한 위기설은 끊이지 않는다. 지나친 선정성과 편파성으로 1년 동안 72건의 제재를 받은 데서 볼 수 있듯이 신뢰마저 상실했다.

종편 4사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라는 종편의 취지를 무시하는 한편 허가신청 당시의 약속도 이행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PD저널이 지난주 종편 4사 편성표를 분석한 결과 저비용 프로그램인 교양·보도 방송의 편성률이 4사 평균 75%에 달했다. MBN은 보도가 50%, 교양이 39.2%로 거의 90%에 육박하고 채널A, TV조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적자 줄이기에 급급해 시간때우기식 면피성 프로그램 위주로 내보낸 결과 품격 있는 다큐멘터리나 양질의 드라마 같은 장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종편 4사 모두 월 단위로 시청률 0%대를 단 한 번이라도 넘어선 적이 없는 것(TNmS 조사)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방송허가 신청을 낼 때 약속했던 각종 ‘사탕발림’은 거의 이행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평균 이행률은 36%에 불과하다. MBN의 콘텐츠산업 육성·지원 등은 아예 0%다. 반면 광고시장은 종편으로 인해 무질서로 치닫고 있다. 국회 문광위원회 노웅래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케이블TV의 공짜광고율이 44%인 데 반해 종편 4사는 518%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100만원짜리 광고를 팔면서 518만원어치의 보너스 광고를 끼워주는 것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불공정 거래다. 정부 광고 의무배정 특혜를 받으면서도 기업에 과도하게 협찬금을 요구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JTBC가 상반기에만 825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4개사 모두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전파와 자원만 낭비하는 꼴이다.

방송의 질 저하, 시장질서 교란 등 예견됐던 대부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준비도 안됐고 능력도 없는 종편을 허가해준 것부터 잘못이었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