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 5일만에 나타났지만 지원 여부 '노코멘트'

잠행 중이던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지원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적극 지원' 을 바라는 문 후보 측으로선 안 전 후보를 품는 데 사활을 걸게 됐다.

안 전 후보는 28일 서울 공평동 캠프 인근에서 김성식·박선숙 공동선대위원장, 유민영·정연순 대변인 등 캠프 인사들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지난 23일 전격 사퇴 후 지방에 머물고 있던 안 전 후보가 5일 만에 돌아온 것이다.

안 전 후보는 이 자리에서 "개인이 아닌 지지자들 입장에서 생각하겠다" 고 발언했다. 그러나 문 후보에 대한 지원 여부와 방식 등은 별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유 대변인은 전했다.

후보 사퇴 기자회견에서의 '백의종군' 발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지 입장을 유보한 셈. 안 전 후보의 화법대로라면 문 후보에 대한 지원을 바라는 지지자들의 요구가 있을 때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지원이 절실하다. 중도·무당파 성향의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이 많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조사에서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양자대결 시 오차 범위 내에서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류를 반영해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갖고 대선 10대 공약에 안 전 후보의 공약을 대폭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이 의장은 "새정치 공동선언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며 "안 전 후보가 실현하려고 했던 새 정치를 이어받아 적극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안 전 후보와의 '국민연대' 방식을 구체화 하며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문 후보와 안 전 후보와의 회동 개최를 타진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안 전 후보가 당분간 칩거를 계속할 가능성도 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캠프 핵심 인사들과 오찬 회동 후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다. 단기간 내 문 후보 지원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단일 후보가 됐음에도 양자대결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문 후보 측에선 안 전 후보가 '반전 카드' 가 돼 줘야 한다. 대선 정국에 다시 한 번 큰 변수가 될 안 전 후보의 백의종군이 어떤 모습으로, 어느 시점에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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