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주택업체인 EG건설은 단 한 장의 어음도 쓰지 않는다. 무차입 경영을 통해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게 이번에 ‘우량기업 대상’ 부문에서 수상하는 이유다. 내실 경영은 사업비 거품을 걷어내고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주택을 짓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G건설은 지금까지 10여개 단지, 1만가구에 가까운 아파트를 공급해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사업을 꾸준히 펼쳐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중견주택업체의 도산이 잇따르는 가운데서도 EG건설이 안정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었던 계기는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넜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보증해야 하는 민간사업지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사업을 추진해 기반시설까지 제대로 갖춰지는 택지지구를 주요 사업대상으로 삼은 것도 리스크를 줄이는 요인이었다.

생존을 위해선 포기할 건 포기하고 발 빠르게 신규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도 구사했다. 2009년 말 모델하우스까지 지었던 경기도 고양 삼송신도시 개발사업을 접었다. 부지 계약금과 금융비용을 포기했다. 한때 ‘로또’로 불리던 인천 영종도 하늘신도시에서도 주상복합 2개 필지 사업을 손절매했다. 대형 건설사들의 분양률이 저조한 것을 보고 재빨리 결단을 내린 것이다.

EG건설은 PF 대출과 어음이 없고 공사비를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협력사는 물론 소비자들도 안심할 수 있는 건설사라는 평가를 얻게 됐다. 물론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있는 배경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EG건설은 ‘소비자 제일주의’를 내걸고 중소형 실속평면, 혁신 설계 등을 통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EG건설이 수도권 부동산 수요자에게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인 판교신도시 ‘이지더원’은 369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EG건설은 품질경영과 더불어 윤리경영과 열린경영을 지향한다.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윤리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EG건설은 창사 이래 건전하고 투명한 건설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EG건설이 열린경영을 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폐쇄적인 공간은 부패하게 마련이란 생각 때문이다. 모든 임직원이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창의력을 확대하는 게 EG건설의 경영 방침이다.

EG건설은 2004년 ‘EG봉사단’을 만든 이후 활발한 사회공헌활동도 펼치고 있다. 봉사단은 12개 팀으로 구성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는 물론 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 수해복구, 기름유출현장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농촌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마을 독거노인 돕기, 일손 돕기, 특산품 팔아주기 등 나눔경영도 실천하고 있다.


◆김용상 EG건설 사장 "현장경영은 건설업의 출발점이자 도착점"

김용상 EG건설 사장이 아파트를 지을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품질’이다. 김 사장은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 아파트를 구현하기 위해 산고의 고통을 겪는다”고 표현했다.

한때 ‘주택업계의 무덤’으로 불린 부산 정관신도시에서 지난해 두 차례 분양에 성공을 거둔 건 직원들과 부산은 물론 울산 안산 등지로 발품을 팔아 수요자를 찾아나섰기 때문이다. 전용 84㎡에 방 4칸을 넣고 내부를 넓게 보이도록 설계한 것도 수요자들의 호평이 쏟아진 이유다.

김 사장은 품질 향상을 위해 완벽한 시스템 구축에 땀을 흘린다. 공정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살기 좋은 집’ ‘튼튼한 건물’을 짓는 것이 건설업체 본연의 임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늘 현장을 중시한다. 우수한 품질이 현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의 최우선 목표를 현장 활성화에 둔다.

김 사장은 “영업·인사·관리는 현장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현장이야말로 건설업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세 번째 한경주거문화대상을 수상한 김 사장은 “주택브랜드 ‘더원’이 추구하는 고품격 웰빙 아파트의 특성을 살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내년에 공급할 5000여가구는 친환경 웰빙 아파트로 건축된다. 모든 단지가 해당 지역의 노른자위 땅에 속하는 데다 자연미도 최대한 살릴 예정이어서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김 사장은 예상했다.


◆EG건설은 2005년 '이지더원' 도입 … 수도권서 주택사업 활발

EG건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광주광역시에서 설립된 중견 건설업체다. 2004년까지 광주 소촌동을 비롯해 매월동, 금호동 등 6개단지 1600여가구를 공급했다.

EG건설은 2005년 아파트 브랜드 ‘이지더원(EG the 1)’을 새롭게 도입한 뒤 수도권인 김포 한강신도시, 화성 동탄, 성남 판교신도시 등에서 왕성한 주택사업을 펼쳤다.

지난해 12월 부산 정관신도시에서 978가구를 준공하고 지난 7월 광주 수완지구에서 568가구를 완공했다. 다음달 부산 ‘정관2차 이지더원’(756가구)과 광주 ‘봉선·주월 이지더원’(344가구) 입주를 앞두는 등 사업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부산 신항만 ‘이지더원’(792가구), 광주 선운지구 ‘이지더원’(688가구) 등을 공급했다.

EG건설은 내년 5개 단지, 5000여 가구를 공급한다. 내년 2월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648가구를 분양하고 충남 아산테크노밸리, 세종시, 부산 정관 등에서 아파트를 선보인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