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에는 천장(天葬)이란 풍습이 있다. 잘게 분해한 시신과 짬파(보릿가루)에 버무려진 뼛가루를 독수리 먹이로 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등에선 시신을 풀이나 나뭇잎으로 덮어 방치하는 풍장(風葬)이 행해졌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넵튠묘역은 해저 공동묘지다. 뼛가루를 시멘트와 섞어 덩어리로 만든 뒤 해안에서 5㎞ 정도 떨어진 곳에 가라앉힌다.

환경이나 종교에 따라 장례문화는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지구촌 전체로 보면 주류를 차지했던 매장(埋葬)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다. 도시화로 묘지가 부족해지고, 위생문제가 대두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중국에선 공산혁명 이후 마오쩌둥이 “이 많은 사람이 죽어서도 땅을 차지한다면 후손은 어디서 살란 말이냐”며 매장을 금지시키고 화장만 허용했다. 소수민족의 경우 매장을 눈감아주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다. 일부는 논이나 집 뒤편에 가묘를 썼다가 다음해에 없애버리는 것으로 섭섭함을 달랜다.

프랑스에선 나폴레옹이 장례문화의 혁명을 일으켰다. 원래 파리의 성당 지하묘지엔 왕족이, 성당뜰이나 주변엔 일반인들이 묻혔다. 유해가스가 분출되는 등 심각한 위생문제가 뒤따랐다.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은 파리 시내에 산재된 묘지를 정리, 6만여개의 유골을 카타콤베라는 파리의 지하공동묘지에 안장했다. 1800년에는 파리에 세계 최초의 공설묘지인 페르라세즈 묘지가 생기는 등 공동묘지가 자리잡았다. 최대 20년까지 매장했다가 유골을 화장하는 시한부 묘지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매장이 선호되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만이다. 땅은 좁은데 풍수지리까지 발달해 있어 명당은 부르는 게 값이다. 타이베이시에서 북쪽에 위치한 양명산 중턱에 위치한 북해복좌(北海福座)란 사설묘지엔 땅값만 100억원이 넘는 2640㎡(800평)짜리 묘지가 수두룩하다.

세계 각국이 화장을 늘리기 위해 최근 장려하고 있는 것은 자연장이다. 나무 또는 화초 밑이나 잔디밭 등에 유골함을 묻거나 뿌리는 수목장이나 잔디장 등이 대표적이다. 묘지난에 허덕이던 스위스에서 1999년 수목장림을 처음 만든 뒤 독일 등 각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 법으로 자연장을 허용,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에 1만6000위 규모의 장지를 조성했다. 광산 김씨 도봉공파의 소(小)문중 김행두 후손은 장례를 수목장만으로 치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자연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집마당의 화초나 잔디 밑에 뼛가루를 뿌릴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앞마당으로 성묘를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