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커피전문점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했다. 난립에 따른 부실을 막고 가맹본부의 횡포를 줄이기 위해 기존 가맹점에서 500m 이내에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출점 후 5년 내 매장 리뉴얼은 가맹본부가 비용을 모두 대지 않는 한 불가능하게 했다. 대표적 자영업으로 꼽히는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보자는 취지에서일 것이다.

물론 가맹점주들의 딱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공정위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 일종의 영업구역까지 지정해주는 건 곤란하다. 말이 모범거래기준이지 실상은 강력한 시장규제에 다름 아니다. 공정위의 역할은 시장 경쟁 촉진이다. 그런 공정위가 사업자들의 사적 계약에 간여해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에 균형을 잡는다며 시장경쟁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과욕이자 월권이다.

공정위가 영업구역을 정해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과·제빵, 치킨 피자에 이어 연예매니지먼트 업종에서도 유사한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편의점 모범거래기준도 조만간 나온다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복덕방 문방구 책방 약국, 심지어 떡볶이집까지 프랜차이즈 형태 업종은 모두 공정위가 영업구역을 정해줘야 하는 상황이 오지말란 법이 없다. 과당경쟁을 막아달라며 다른 업종에서 요구할 경우 거절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빵집은 500m, 치킨은 800m 식으로 정부가 자영업자의 영업구역을 일일이 규제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시장의 규칙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마땅하며 그래야만 소비자 효용도 극대화된다. 이런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경쟁당국이 오히려 앞장서 이를 저해한다면 이는 앞뒤가 한참 뒤바뀐 처사다. 모범거래기준은 기존 가맹점주들의 기득권을 지켜줄지 모르지만 가맹점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거대한 진입장벽에 불과하다. 조폭들이나 하는 영업구역 구획을 정부가 나서서 하는, 그런 웃지 못할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