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술의 역사는 가늠하기 어렵다. 허난성 앙소촌에서 발견된 신석기유적에서 술잔이 나왔고, 갑골문자에 술을 상징하는 글자가 있을 정도다. 관혼상제는 물론 두 사람만 모여도 빠지지 않는 게 술이다.

술을 마시는 관습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광둥지역에선 주인이 술을 땅에 뿌린 뒤 나이 많은 사람이 손가락으로 식탁에 원을 그리고 나면 서로 술을 권하기 시작한다. 지린성 창춘 인근의 요하지방에선 ‘손님은 누울 수 없고 술상은 치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손님이 대취해 쓰러져야 술자리가 끝난다는 말이다. 독주를 주로 마시는 산둥지역에선 술자리의 시작과 마지막을 도수가 낮은 홍주(포도주)로 장식한다.

중국의 술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가 흔히 고량주로 불리는 백주(白酒)다. 밀 보리 수수 등으로 누룩을 만들어 제조하는 증류주다. 고량주라 불리는 것은 중국말로 고량(高梁)인 수수가 주원료로 쓰인 데서 유래했다. 본래 알코올 도수가 40~60도에 이르는 독주이지만 최근에는 35도짜리도 만들어진다. 청주처럼 곡류를 발효시켜 만든 술이 황주(黃酒)다. 맑고 투명한 백주와 달리 흑색이나 붉은색을 띤다. 알코올 도수도 10도 안팎으로 낮다. 노신과 저우언라이의 고향인 저장성 사오싱(紹興)의 소흥주가 유명하다. 약미주라 불리는 것은 황주나 백주에 약재 등을 넣어 만든 술로 ‘죽엽청주’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8대 명주라고 하면 보통 마오타이, 펀주, 우량예, 죽엽청주, 양하대곡 ,노주특곡, 고정공주, 동주 등을 일컫는다. 그러나 수천 가지에 달하는 술 중에서 명주를 선정하는 기준은 없다. 예로부터 사람들이 높이 치거나 고관대작들만 마시는 것으로 소문난 술일 뿐이다. 중국사람들이 알아주는 술 중에 ‘주귀(酒鬼)’라는 게 있다. 1970년대 후난성 마왕추에서 2000여년 전인 서한시대의 옛무덤을 발굴했는데 그때 진귀한 술 한병이 출토됐다. 그 술을 현대기술로 재현한 게 주귀주다. 무덤속에서 몇천년간 숨겨져 있다가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는 의미에서 귀(鬼)자를 붙였다. 본래 주귀(酒鬼)는 술꾼이란 뜻의 명사여서 주귀주는 ‘술꾼의 술’로도 불린다. 1997년 홍콩 반환 기념식의 공식 만찬술로 사용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중국 백주에서 발암물질 플라스티사이저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고 한다. 그 중 주귀주가 가장 높게 검출됐다는 소식이다. 주류협회는 발암물질 기준치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고, 검사했다는 술이 가짜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꾸로 해석하면 안전기준이 없을 뿐 아니라 짝퉁술이 범람하고 있다는 말이다. 중국에 명주가 많지만 또 없기도 한 이유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