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세법을 어떻게 개정할지를 논의하는 곳이다. 조세소위를 통해 국민들이 얼마의 세금을 부담할지가 결정된다. 내년부터 다주택자가 양도세를 얼마나 내야 할지,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이 3억원에서 2억원으로 변경될지 등이 모두 이곳에서 결론나는 것이다.

그 어느 곳보다 국민들의 철저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한 소위이지만, 모든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일에 이어 21일에도 소위 관계자들은 회의장에 기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이번 조세소위에 올라온 세법은 150개나 된다. 이 중에는 소득규모 5000억원 초과 기업을 연구인력개발·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한다거나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법인의 최저한세율을 14%에서 20%로 인상(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하는 법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조정(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설훈 민주당 의원)하고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확대(이용섭 민주당 의원)하는 법안도 있다. 부산에 선박금융회사와 해운선사를 세우면 세제 지원(이진복 새누리당 의원·부산 동래)을 한다든지, 항구에 설치한 내국인 면세점에서 부가가치세를 면제(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인천 중동옹진)하는 내용의 지역구 선심성 법안도 수두룩하다. 국민들은 회의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법안들이 어떻게 심의되는지를 알 길이 없다.

국회법 57조 5항에는 ‘소위원회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소위 의결로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조세소위 참석자들은 회의 공개 여부에 대한 특별한 의결과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정위의 변명은 궁색하다. 김용우 재정위 입법조사관은 “위원장(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적법한 의결 과정을 거쳤는지 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재정위가 뚜렷한 근거를 밝히지 않고 국회 편의에 따라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다른 주요 상임위는 소위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재정위의 ‘비밀주의’는 야합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태훈 정치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