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녀 브로드웰 "벵가지 발언"에 기밀누설의혹 증폭
FBI, '부적절 행위' 이유로 최초 수사 요원 감찰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불륜 사건이 본격적으로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 태세다.

퍼트레이어스의 불륜 상대인 폴라 브로드웰이 CIA의 비밀 수감시설 운영 때문에 리비아 미 영사관 피습사건이 벌어졌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의 기밀 관리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브로드웰의 '이메일 협박' 사건을 처음 수사한 FBI 수사관이 '부적절 행위'로 FBI의 감찰을 받는다는 점은 그가 순수한 의미의 '내부 고발자'였는지에 대한 의혹으로 이어졌다.

◇ 브로드웰 "벵가지에 CIA 비밀수감시설" 발언 파문 = 13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로드웰은 지난달 덴버 대학에서 이같이 말했다.

브로드웰은 "몇 분이나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리비아 벵가지의) CIA 시설에 리비아인 두세 명이 감금돼 있었고, 리비아 무장세력이 (벵가지) 영사관을 공격한 이유는 이들을 빼내기 위해서였다는 말이 있으며, 현재 이런 내용을 조사중"이라고 강연했다.

이어 그는 "그(퍼트레이어스)는 이 모든 일을 알고 있다"며 퍼트레이어스가 CIA 비밀 수감시설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브로드웰의 말이 알려지자 CIA는 즉각 부인했다.

프레스턴 골슨 CIA 대변인은 "CIA가 여전히 비밀 수감 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잘못 알려졌으며 근거 없는 말"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9년 명령에 따라 CIA는 더 이상 외국에서 테러 용의자 구금 등을 위한 비밀 시설을 운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브로드웰의 덴버대 발언은 사실이라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브로드웰의 이 발언은 FBI가 브로드웰의 노트북PC에서 기밀 문서를 발견한 점과 연관되며 브로드웰을 거쳐 미 정부의 기밀이 누설됐는지에 대한 의심을 키우고 있다.

퍼트레이어스와 브로드웰은 물론 FBI 관리들도 이번 불륜 사건 과정에서 기밀이 유출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퍼트레이어스의 사임 시점에 대한 의혹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 때문에 퍼트레이어스는 의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미 CNN은 최근 퍼트레이어스가 리비아에서 CIA 현지 책임자를 만났다고 보도했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퍼트레이어스가 최근 수개월간 여러 차례 외국을 여행했다고 밝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 정보위원장은 CIA에 퍼트레이어스의 출장 보고서 열람을 요청했지만 CIA가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사건 최초 인지 FBI수사관도 '부적절 행위' = 퍼트레이어스 불륜 사건 수사의 발단이 된 브로드웰의 '이메일 협박' 사건을 최초로 수사한 FBI 수사관도 FBI로부터 감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BI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해당 수사관이 브로드웰로부터 협박 이메일을 받은 질 켈리에게 상의를 탈의한 자신의 사진을 전송한 적이 있었으며, 이를 비롯한 '부적절 행위' 때문에 내부 감찰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로드웰의 거듭된 이메일로 신변에 위협을 느낀 켈리는 개인적 친분이 있던 이 FBI 수사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 결과 시작된 FBI의 사이버 범죄 사건 수사는 결국 CIA 국장의 불륜으로까지 연결됐다.

WSJ에 따르면 FBI 관리들은 해당 FBI 수사관이 브로드웰 사건에 지나친 집착을 보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해당 수사관의 '부절적 행위'가 불거지면서 해당 수사관은 사건에서 배제됐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해당 수사관이 공화당의 데이브 라이커트 하원의원에게 이 사건을 알렸다고 FBI 관리들은 전했다.

FBI가 퍼트레이어스에 대한 수사를 즉각 의회에 보고하지 않은 점이 논란거리로 떠오르면서 의원에게 퍼트레이어스 사건을 귀띔한 이 수사관은 당초 '내부 고발자'로 여겨졌다.

FBI는 12일 오후 8시 40분(현지시간)께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브로드웰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현지 방송국 WCNC는 수십명의 FBI 수사관들이 브로드웰의 집을 드나들면서 여러개의 서류함을 들고 나왔다고 전했다.

브로드웰의 한 이웃은 WCNC와의 인터뷰에서 브로드웰 가족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로 이주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