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 금호산업의 기옥 총괄사장(63·사진)이 사의를 표명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12일 “기 사장이 지난 9일 임원들에게 사임 의사를 밝히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기 사장은 1976년 금호실업에 입사한 뒤 아시아나항공 재무부분 상무를 거쳐 2006년 금호석유화학 사장,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 등을 지내며 30년 이상 금호그룹 울타리를 떠나지 않은 ‘정통 금호맨’이다.

기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은 금호산업이 시공한 경기 부천시 중동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리첸시아 중동’의 분양 수입금 배분을 놓고 빚어진 채권단(산업은행)과 대주단(우리은행) 간 갈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단지로 시행사와 금호산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과 미회수 공사비 등 3751억원을 갚아야 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당초 분양가보다 20% 이상 할인한 가격에 분양하면서 분양수익금은 2580억원에 그쳤다. 분양수입금으로 대출금과 공사비를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수익금 배분 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여왔다.

금융당국의 중재로 합의안이 마련됐지만 지난 9월 우리은행이 추가 할인 분양 시 손실액을 금호산업이 부담하고, 현 경영진을 퇴진시키는 등의 제재를 추진하면서 또 한 차례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기 사장이 수습의 책임을 지고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 사장의 사퇴로 금호산업은 지난 3월 공동대표로 취임한 대우건설 부사장 출신인 원일우 사장이 당분간 단독 대표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후임 대표 선임 여부는 최종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보형/정성택 기자 kph21c@hankyung.com